"전두환 차남 전재용, 노숙인까지 동원해..."

검찰 "노숙인 명의 차명계좌 개설·사채업자들에 분산입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가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비자금 관리를 위해 노숙인과 사채업자까지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전재용(49) 씨가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비자금 전체를 차명으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는 노숙인부터 사채업자까지 동원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 씨가 2000년 12월 외조부 이규동 씨로부터 국민주택채권 2771장을 받았으며 그 중 1013장은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 받은 것임을 검찰이 밝혀냈다.

국민주택채권 1013장은 액면가 73억5500만 원으로 당시 시가 65억3729만4500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씨는 이렇게 증여받은 채권 전체를 철저히 ‘차명’으로 관리했다.

먼저 채권을 은행 두 곳의 대여금고에 다른 사람 명의로 보관하고 다음해인 2001년 9월, 한 증권사에 노숙인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그 중 일부를 판매해 획득한 돈은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7개 차명계좌에 분산입금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백담사에서 자숙 기간을 마치고 1995년 구속될 때까지 이러한 거래를 계속했으며 구속기간에 잠시 끊겼다가 1998년부터 다시 거래를 이어갔다.

즉, 전 전 대통령이 “은둔하며 참회하겠다”고 선언한 기간조차 뒤로는 아들이 이어받아 비자금 관리를 계속해 온 셈이다.

전씨 측은 불법증여 사실에 대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것은 전혀 없다며 “축의금으로 받은 것을 외조부에게 맡겼고 외조부가 여기에 1억 7000만 원을 더해 관리하다가 2000년에 돌려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외조부가 13년 만에 재테크로 73억 원을 만들어 돌려줬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못박았다.

수사 결과, 전씨가 2000년 장인에게서 30억 원을, 외조부에게서 15억 원을 빌려 쓰고 되갚는 등 수십억 재산을 가진 사람으로서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행위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1013장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은 증거부족으로 불법증여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다. 전씨는 나머지 채권도 역시 축의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유죄 판결을 받지 못한 채권까지 합하면 당시 전씨가 받은 채권의 시가 합계는 약 119억 원이다.

한편 최근 발표된 ‘조세피난처’ 명단에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4)씨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씨 일가 전체의 비자금 관리 수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