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관계' 루니 파동에 대처하는 모예스 자세
입력 2013.05.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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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모예스 감독 맨유에서도 악연
사적 관계 떠나 유화적 손짓 필요
루니는 최전방 공격수에서 처진 스트라이커와 좌우 날개, 심지어는 중앙 미드필더까지도 볼 수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72) 뒤를 이어 다음 시즌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선장으로 활약할 데이빗 모예스 감독(50)에게 부임도 하기 전에 커더란 숙제가 생겼다.
바로 맨유의 상징적인 에이스 웨인 루니(27) 거취다. 모예스 감독과 루니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모예스 감독은 2003년 당시 10대의 풋내기에 불과하던 루니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그를 1군 무대에 데뷔시켜 슈퍼스타로 성장할 계기를 제공한 은인이다.
하지만 어리고 성숙하지 못했던 루니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문란한 사생활과 돌출행동을 일삼으며 모예스 감독과의 사이가 벌어졌다. 루니는 맨유 이적 과정에서 모예스 감독과 충돌을 빚었고, 훗날 자서전에서 모예스 감독을 맹비난, 명예훼손으로 법정공방까지 치닫기도 했다.
그런 모예스 감독이 맨유로 부임하게 됐으니 루니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악연이 없다. 얄궂게도 루니는 올 시즌 팀 내 입지가 크게 좁아져 이적설이 나돌고 있었다. 영국 'BBC'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들이 “루니가 이미 퍼거슨 감독과 맨유 구단 측에 공식적으로 이적을 요청했지만 맨유가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루니는 2년 전에도 한차례 이적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몸값 인상을 노린 퍼포먼스 성격이 짙었고, 이적 요구 역시 즉흥적으로 이뤄진 해프닝에 가까웠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강력한 만류와 심상치 않은 팀 분위기에 밀려 백기 투항했다.
이제는 퍼거슨마저 팀을 떠난다. 굳이 만류할 만한 사람도 없고, 루니의 입지도 예전 같지 않다. 더구나 루니가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인물이 신임감독으로 부임, 더더욱 맨유에 남을 명분이 없다. 우승 퍼레이드에서도 야유를 퍼붓는 등 루니를 향한 맨유 팬들의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변수는 모예스 감독의 입장이다. 모예스 감독은 아직 루니 거취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맨유의 사령탑은 퍼거슨 감독이고, 구단 차원에서 루니의 이적 가능성에 대응하며 모예스 감독은 뒤로 물러나 지켜보고만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맨유에서 자신의 색깔대로 팀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모예스 감독이 루니 문제를 어떻게든 정리하고 넘어가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적인 관계를 떠나 루니는 맨유 입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카드다. 경기장 밖에서의 돌출행동과 다혈질적인 성격은 문제지만, 적어도 그라운드 내에서 루니만큼 다방면에 걸쳐 활용할 수 있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도 찾기 힘들다.
루니는 최전방 공격수에서 처진 스트라이커와 좌우 날개, 심지어는 중앙 미드필더까지도 볼 수 있다. 맨유를 넘어 잉글랜드와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최고의 스타라는 상징성도 있다. 극단적으로 로빈 판 페르시나 마이클 캐릭,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같은 선수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대체할 수 있지만, 정작 루니 자리를 대체할 선수는 현재 맨유에 없다.
루니가 다른 팀으로 떠날 경우, 맨유 팬들로서는 팀 내 최고스타가 떠났다는 안타까움도 크지만 정작 우승권의 경쟁팀으로 옮겨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 또한 적지 않다. 루니 이적설이 거론되는 팀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망부터 최근에는 같은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첼시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모예스 감독으로서도 부임과 동시에 자신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팀 내 최고스타 한 명을 잃게 된다는 것은, 맨유 감독으로서의 행보에 부담을 남기는 것과 같다.
모예스 감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루니는 굉장한 재능을 갖춘 선수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라면서 시즌이 끝난 뒤 루니를 설득하기 위한 접촉을 시사했다. 모예스 감독으로서는 본심이야 어찌됐든 일단은 루니에게 유화적인 손짓을 보내는 것은 필요하다.
고집을 꺾지 않고 팀을 떠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팀의 선장으로서 먼저 주축 선수를 포용하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 명분도 실리도 세우는 길이다. 맨유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모예스 감독이 '루니 파동'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