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사건' 카테고리A가 손연재에 달아준 날개
입력 2013.05.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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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강호 제치고 후프 1위 등극
존재감-기량 양면에서 자신감 충전
손연재
'한국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19)가 올 시즌 유일의 ‘카테고리 A’ 대회인 소피아 월드컵에서 국제대회 출전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손연재는 5일(한국시각) 불가리아 소피아서 열린 ‘2013 국제체조연맹(FIG) 소피아 월드컵’ 개인종합에 출전해 후프(17.800점)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곤봉(17.400점) 3위, 리본(17.850점) 4위, 볼(17.550점) 5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4종목에서 모두 17점 이상을 받았다. 합계 점수 70.600으로 개인종합 4위에 랭크됨과 동시에 전 종목 결선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어 6일에는 종목별 결선에 나섰다. 이날 손연재는 후프 종목 결선에서 전날 개인종합 점수와 같은 17.800점을 받아 1위 쿠드리야프체바(18.250점·러시아), 2위 미테바(17.950점·불가리아)에 이어 우크라이나 에이스 리자트디노바와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리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주일 전 이탈리아 페사로 대회에서 한국선수 최초로 리본 종목 은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을 추가, 시즌 첫 월드컵이었던 리스본 대회 볼 종목 동메달 포함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국제대회 출전 사상 ‘카테고리 A’ 대회 최고 순위인 개인종합 4위에 오른 것과 동시에 전 종목 결선 진출, 그리고 후프 종목 메달 획득까지, 손연재는 시니어 데뷔 이후 국제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수확했다.
소피아 월드컵은 올 시즌 열리는 유일한 '카테고리 A' 대회로 상금과 랭킹 포인트가 '카테고리 B' 대회보다 높다. 당연히 출전 선수의 면면도 '카테고리 B' 대회 보다는 '카테고리 A' 대회가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소피아 월드컵 출전권은 직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합에서 18위 안에 진입한 선수 국가에 2장씩 부여한다. 지난해는 2012 런던올림픽 때문에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리지 않은 관계로 2011년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으로 출전권을 부여했다.
그 결과 '카나예바 후예‘로 불리는 마문,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를 비롯해 미테바(불가리아),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등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손연재가 이번 대회에서 이전의 어느 월드컵 대회보다 순위싸움을 벌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고 자신의 국제무대 출전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당초 소피아 월드컵을 앞두고 손연재에게는 몇 가지 과제가 있었다. 전 종목에서 골고루 17점대 점수를 획득하는 것과 개인종합 순위를 좀 더 높은 곳까지 끌어 올리는 것, 그리고 종목별 결선 진출 종목을 늘리는 것, 메달 획득 등이 바로 그 과제였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에서 손연재는 종목별로 15-17점대의 다소 편차가 있는 점수로 개인종합에서 두 차례 대회 모두 9위에 머물렀다. 종목별로 고르게 17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소피아 대회에서는 첫날 개인종합에서 전 종목에 걸쳐 17점 이상의 점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고, 그로 인해 개인종합 4위라는 최고의 개인종합 성적과 전 종목 결선진출, 그리고 메달 획득이라는 당초 목표들을 모두 달성했다.
후프 종목의 경우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그에 앞서 개인종합 경기에서는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한 종목이기는 하나 리듬체조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선수가 개별 종목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의 강자들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는 것은 역시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시즌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손연재는 참으로 많은 어려움에 시달렸다. 새 프로그램 구성이 늦어졌고, 부상 후유증으로 새 시즌에 대비한 훈련에도 차질을 빚었으며, 첫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살인적인 다이어트와 감기에 따른 컨디션 난조에 경기 도중 음악이 끊기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도 손연재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손연재는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출전을 거듭할수록 점점 향상됐고, 이번 소피아 월드컵을 통해 세계정상급 선수로서의 입지와 위상을 확실히 굳히는 데 성공했다.
손연재가 소피아 월드컵 개인종합 곤봉 연기를 펼치고 있던 그 순간 경기장 뒷편에서 손연재 연기를 지켜보는 러시아 선수들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손연재 연기를 지켜보며 의견을 나누다가도 손연재가 전매특허와도 같은 ‘포에테 피봇’ 등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선보이는 장면에서는 놀랍다는 표정과 함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세계 리듬체조 강국의 선수들로 부터 그 존재를 인정받는 사실상 유일한 동양인 현역선수로서 손연재의 현재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결국, 올 시즌 유일의 ‘카테고리 A’ 대회인 이번 소피아 월드컵에서 보여준 맹활약은 기량과 존재감이라는 두 가지 면에서 모두 손연재에게 더욱 더 큰 날개를 달아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