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공갈포 득시글' 피츠버그 레시피
김홍석 객원기자
입력 2013.04.07 16:18
수정
입력 2013.04.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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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20홈런 타자들 즐비
정교함 떨어져 정면승부 피해야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대망의 첫 승을 향한 두 번째 도전에 나선다.
지난 3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한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던 류현진은 8일 오전 5시10분 피츠버그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류현진의 첫 번째 등판은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한 것은 류현진의 두둑한 배짱이 드러난 대목이지만, 무려 10개의 안타를 얻어맞는 등 불안한 경기운영은 아쉬움을 남겼다.
좀 더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더불어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닝이터로서의 욕심도 내고 있는 류현진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피칭을 한다면, 시즌 첫 승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피츠버그 어떤 팀?
피츠버그는 ‘만년 약체’ 이미지가 짙은 팀이다. 배리 본즈가 34홈런 39도루를 기록하며 MVP에 선정됐던 1992년을 끝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은커녕 5할 승률조차 기록한 적이 없다. 작년에는 ‘20년 만의 5할 승률’을 목표로 시즌 초반 승승장구 했지만, 끝내 뒷심부족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2012년 전반기까지만 해도 피츠버그는 48승37패(0.565)의 좋은 성적으로 워싱턴(49승34패)에 이어 내셔널리그(NL)에서 두 번째로 높은 승률을 기록, 중부지구 1위를 달렸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31승46패(0.403)의 침체에 빠지며 지구 4위(79승83패)로 시즌을 마쳤다.
이 점은 다저스도 비슷하다. 지난해 5월까지 32승19패(0.627)로 MLB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며 남은 4개월 동안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고, 결국 지구 2위(86승76패)에 머물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피츠버그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21로 평균 이하였지만, 불펜진은 3.36의 수준급 평균차책점과 더불어 리그에서 3번째로 높은 세이브 성공률(76%)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에 36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투수 조엘 핸라한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뒷문이 다소 불안해진 상황. 타선 역시 포수 러셀 마틴 외엔 뚜렷한 전력 보강 요소가 없어 올해 역시 5할 승률 달성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평가다.
공갈포 타선, 맥커친은 특별 경계
류현진이 상대할 피츠버그 타선은 지난해 경기당 평균 4.02점으로 리그 10위권의 득점력을 기록했다. 특징은 ‘공갈포’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팀 타율(0.243)과 출루율(0.304)은 리그 14위권에 불과했지만, 리그 4위에 해당하는 170개의 홈런을 날렸다.
팀 내 최고 스타인 중견수 앤드류 맥커친(31홈런 20도루 0.327)과 3루수 페드로 알바레즈(30홈런 85타점 0.244)가 나란히 30홈런을, 1루수 개럿 존스(27홈런 86타점 0.274)도 힘을 보탰다. 올해는 지난해 21개의 홈런을 때린 마틴이 가세하면서 3~6번 타순이 모두 20홈런 이상 가능한 타자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지난해 0.211의 타율을 기록한 마틴을 비롯해 맥커친을 제외한 대부분의 타자들은 정교함과 선구안이 떨어진다. 피츠버그 타선은 지난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삼진과 가장 적은 볼넷을 얻어냈다. 삼진/볼넷 비율이 3.05로 역시 리그 최하위였다. 전형적인 공갈포 타선이다.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하기보단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노련한 피칭이 요구된다. 참을성 없는 타자들을 상대로 굳이 정면승부를 펼칠 이유는 없다. 피츠버그를 요리하는 방법이다. 첫 등판에서 많은 안타를 허용한 것도 승부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그때의 교훈을 되새기며 완급조절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지난해 리그 MVP 투표에서 3위에 오른 맥커친 만큼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을 동시에 기록할 정도로 정교함과 선구안을 겸비했다. 작년 좌투수 상대로 0.392/0.462/0.677의 배팅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한 정상급 오른손 타자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샌프란시스코의 버스터 포지 다음으로 높았다.
피츠버그는 개막 이후 첫 5경기에서 6점을 뽑는데 그쳤다. 다저스와의 2경기에서는 1점도 올리지 못했다.
6일 경기에서는 다저스 잭 그레인키를 상대로 단 1점도 얻지 못하고 0-3으로 패하는 등 구위와 제구력을 겸비한 투수들을 상대로 매우 약했다. 7일 경기에서도 선발 커쇼의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역투에 눌려 또 0-1로 졌다. 류현진도 완급조절 능력이 뛰어난 투수인 만큼 철저히 준비한다면 좋은 피칭을 기대해도 좋다.
타선 지원도 절실
샌프란시스코와의 개막 3연전에서 7점밖에 얻지 못한 다저스 타선은 피츠버그와의 2경기에서도 4점을 뽑는데 그쳤다. 연봉 2000만 달러급 선수가 3명이나 포진한 다저스 타선이지만 이름값에 비해 지금까지의 성과는 너무나 초라하다.
피츠버그 투수진은 얕볼 수 없다. 지금까지 5경기에서 1승4패를 기록 중이지만, 타자들이 못한 탓이 크다. 매 경기 3점 이하로 막으며 5경기에서 10점밖에 허용하지 않는 짠물 피칭을 이어갔다. 그나마 다행스런 점은 류현진 매치업 상대가 신인급인 제프 로크(26)라는 점이다.
류현진과 동갑내기 좌완인 로크는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후 지난 2년 간 12경기(10선발)에 등판해 1승 6패 평균자책점 5.82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주목 받던 유망주 출신도 아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10승 5패 평균자책점 2.48의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25살 투수의 마이너리그 성적은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편. 다저스 타자들이 제 실력만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는 투수다.
첫 상대였던 샌프란시스코에 비하면 상대 선발이나 타선 모두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피츠버그도 엄연히 메이저리그 팀이다. 지난해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한 얕볼 수 없는 상대다. 과연 류현진이 두 번째 등판에서 한층 나아진 피칭으로 대망의 빅리그 첫 승을 따낼 수 있을까, 그의 왼팔에 거는 팬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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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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