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류현진? 살아있는 탈삼진 머신
입력 2013.03.1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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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당 삼진 1개꼴..구위는 살아있어
MLB 타자 대처요령 익히는 게 급선무
류현진은 시범경기 4경기(선발등판 3회) 등판해 1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26·LA 다저스) 구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과 성향이 다른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다.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난 ‘괴물’ 류현진 피칭은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잘 던지다가도 한 순간 와르르 무너져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국 현지 일부 언론에서 류현진 불펜행을 전망하는 기사도 올라오고 있다.
지난 12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3회까지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4회 들어 갑작스레 난조에 빠지며 3실점했다. 결국, 4⅔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문제는 앞선 클리블랜드전에서도 똑같이 3회까지 잘 던지다가 4회에 무너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구위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4경기(선발등판 3회) 등판해 1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닝당 1개꼴이 넘는 수준. 현재 시범경기에서 10이닝 이상 소화한 40명의 투수들 중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10명에 불과하다. 류현진도 그 중 하나다.
탈삼진은 구위를 나타내는 척도와도 같다.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을 상대로도 이만한 삼진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류현진 구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실제로 밀워키전 종료 후 돈 매팅리 감독과 포수 A.J. 엘리스는 류현진이 끝까지 힘 있는 공을 던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류현진은 밀워키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도 78개의 공을 던지는 등 시범경기에서 이닝당 평균 18.7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보통 15~6개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봤을 때, 아직까진 류현진이 경기를 풀어갈 때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류현진은 10⅓이닝 동안 13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볼넷은 4개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중 2개가 스트레이트 볼넷이었고, 전체 투구수 가운데 볼의 비율이 40%를 웃돈다. 한 타자를 상대하면서 평균 4.23개의 공을 던지는데 이 또한 많은 축에 속한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한국에 비해 좀 더 적극적이다. 타자들이 승부를 거는 타이밍이 좀 더 빠르다는 의미다. 그에 따라 타자를 상대할 때 좀 더 다른 투구 패턴이 필요하다. 카운트에 따라 볼을 섞는 비율도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서의 피칭에 익숙한 류현진이 처음 어려움을 겪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다르빗슈 유(27·텍사스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 첫해였던 지난해 191⅓이닝 동안 221개의 삼진을 잡았고, 89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탈삼진 능력은 명불허전이었지만, 일본 시절 9이닝당 1.94개에 불과했던 볼넷은 4.19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류현진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똑같이 경험한 셈이다.
류현진은 앞으로 2~3번의 시범경기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선발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다른 투수들의 현재 상태와 성적으로 봤을 때, 류현진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부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싶다면,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의 차이를 최대한 빨리 인정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