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왔지만’ 한화 타이글스 삼성과 딴판
입력 2012.12.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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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중심 ‘해태왕조’ 주역 대거 이식
최약 전력-코칭스태프 현장 감각 우려
한화 김응용 감독.
한화 야구가 ‘타이글스(타이거즈+이글스)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김응용 감독을 중심으로 김성한·이종범·이대진 등이 모두 한화에서 코칭스태프로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해태 왕조 주역들이 다른 팀에서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응용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한국시리즈 무관에 허덕이던 삼성의 지휘봉을 잡아 2002년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선사했다. 이후 사장으로 한발 물러나고 수제자인 선동열 감독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추가했다. 팬들은 당시를 가리켜 삼성 라이거즈(라이온즈+타이거즈) 시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화도 과거의 해태나 삼성 못지않게 선수단은 물론 코칭스태프에서도 전통적으로 순혈주의 색채가 강한 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의 등장과 큰 변화가 있었다.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다 한화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김응용 감독은 고락을 함께한 애제자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한화는 최근 4시즌 간 세 차례나 최하위에 그쳤다. 기나긴 구단 역사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구대성, 정민철, 송진우 등이 활약했던 1999시즌이 유일하다. 대신 준우승만 여섯 번이나 차지했다. 그 중 김응용 감독이 이끌던 해태와 한국시리즈에서 세 번 맞대결해 모두 패했다.
한화 팬들이라면 호랑이 마스코트나 김응용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 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어제의 천적들에게 이제는 팀의 운명을 맡기게 됐으니 이 또한 승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다.
타이글스 체제 출범에 팬들의 기대와 우려는 엇갈린다.
지난 몇 년간 지지부한 성적과 세대교체에 실망했던 팬들은 한화가 ‘김응용 체제’에서 그간의 패배주의와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환골탈태를 기대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냉철한 용병술과 선수단 장악에 뛰어난 김응용 감독의 리더십이 한화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하리라는 평가다. 김응용 감독이 “프로는 우승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당당히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의 한화는 김응용 감독이 삼성을 맡던 시절과는 또 다르다. 비교하자면 오히려 김응용 감독 말기의 해태와 더 가깝다. 무엇보다 김응용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전력누수만 계속될 뿐, 보강이 전혀 없었다.
당장 미국무대에 진출한 류현진이나 은퇴를 선언한 박찬호가 빠진 선발진 공백을 메우기가 만만치 않다. 타선에서도 김태균 외에는 확실한 대형스타가 전무하다. 김응용 감독이 요청한 FA선수들의 보강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당장 다음 시즌 한화가 신생구단 NC와 비교해도 전력이 나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김응용 감독과 해태 사단 출신들에게 대외적으로 박혀있는 ‘강성 이미지’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알고 보면 자율야구의 선두주자지만 젊은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다는 이유로 종종 오해의 소지를 빚는 경우가 있다. 류현진 미국행과 박찬호 은퇴 과정에서도 김응용 감독의 발언이 왜곡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김응용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대부분이 오랫동안 현장을 떠나있었거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김응용 감독과 김성한 수석코치는 모두 2004년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난 지 8년이 넘었고, 이종범-이대진 코치 등은 지난 시즌까지 현역에서 활약하며 지도 경험이 부족한 초보 코치들이다.
김응용 체제가 팀을 새롭게 개편하고 장악하는 과정에서 송진우·정민철·장종훈 등 프랜차이즈 스타출신 코치들과의 관계도 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칠순 노감독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코치진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김응용 감독의 팀 장악이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