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보유한도’ 이제는 선수협이 문 열 차례
입력 2012.12.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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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제도 도입 후 15년째 요지부동
보유한도 없애 경기 수준 높여야
오랜 진통 끝에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이 추진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일 제7차 이사회를 개최, 만장일치로 10구단 창단 추진을 의결했다. 이로써 KBO는 조속한 시일 내에 참가기업과 도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총회에 상정에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10구단은 창단을 공식화한 KT-수원시, 부영-전북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10구단 창단이 결정되기까지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의 공이 상당했다. 이미 선수협은 지난 7월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10구단 창단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시즌 후 창단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다시 한 번 WBC 및 골든글러브 시상식 불참 등의 단체행동을 결의했고, 결국 KBO와 각 구단들로부터 창단 승인을 얻어냈다.
이제 야구인들은 한국 야구발전을 위해 모두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 이사회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일단 마음의 문을 열었다. 과거 선수들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던 완고한 자세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강경했던 선수협 역시 자세를 다소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도 선수들의 권익 보호 역할에는 변함이 없어야 하지만, 선수뿐 아니라 한국 야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다. 1998년 도입된 외국인 선수 규정은 팀당 2명 보유 및 출전을 허락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연봉 상한선 20만 달러, 재계약 시 전년도 연봉에서 10% 인상으로 KBO 규약이 수정된 것을 제외하면 15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물론 그동안 보유한도를 늘리자는 목소리는 줄기차게 요구돼왔다. 그러나 그 때마다 선수협의 입장은 단호했다. 2004년 선수들의 병역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는 “용병확대라는 근시안적 해결책보다는 선수 육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과 대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에도 “용병으로 인한 아마야구의 침체 등 부작용을 감안, 축소 또는 현행유지를 정부에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용병제도 확대 반대 안건에 대해서는 선수들로부터 98%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선수협이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선수협이 올곧은 자세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선수협은 9구단(NC 다이노스) 창단 시 선수 수급의 어려움이 대두되자 “한시적으로 용병 확대방안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 결과 NC는 내년 시즌부터 3명의 용병을 보유하게 된다.
10구단이 출범할 경우, 똑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현재 KBO는 10구단 창단과 관련, 향후 고교야구팀의 추가 창단, 신인 지명제도 보완 등 아마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의 제반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당장의 효과를 볼 수 없는 장기 프로젝트들이다. 따라서 10구단 역시 NC와 마찬가지로 용병 확대와 특별 지명 등의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해는 기존 8개 구단들에게 고스란히 갈 수밖에 없다. 이미 올 시즌 8개 구단들은 특별지명 방식으로 NC에 선수 1명씩을 내줬다. 이들 가운데에는 송신영, 이승호 등 굵직한 선수들도 있었다.
현재 8개 구단 가운데 삼성과 SK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단들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9구단에 이어 또 1명의 선수를 10구단에 내줘야하는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KBO가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 하락을 우려하며 10구단을 반대했던 이유가 타당성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야구를 좀 더 넓게 보고 있는 김응용, 김성근 감독 등 야구원로들도 이제는 용병 한도를 늘려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도대체 2명 등록이 말이 되는가. 2군에는 몇 명을 데리고 있든 상관없는 것 아니냐”며 “선수협 때문에 더 이상 데려올 수 없다. 2명을 데려와 100%를 성공시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 삼성 사장 시절에도 보유한도 5명 또는 무제한을 주장해왔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역설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늘어나면 경쟁이 치열해져 2군 선수들까지 위기의식을 느낀다. 살아남으려면 절박하게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그들에게 몸 관리 노하우나 고급기술 등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팀 내 경쟁이 치열해야 야구 수준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대만은 출전 선수 수에는 제한을 두지만 보유 자체에는 상관이 없다. 이는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라면서 “한국 야구는 베이징올림픽을 정점으로 더 이상 발전이 없다. 곧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쩌면 프로야구의 위기는 이미 찾아왔을 수도 있다. 현재 프로야구는 투타 최고의 선수인 류현진과 이대호가 각각 미국과 일본에 진출해있다. 특히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은 2000년대 초 한국을 강타했던 메이저리그 열풍을 재연하기에 충분하다. 당시 프로야구는 극심한 침체기에 빠진 바 있다.
특급 선수들은 계속해서 빠져나가는데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방안은 마땅치 않다. 급기야 하향평준화였던 올 시즌에는 보기 민망한 플레이들이 속출, 야구팬들의 헛웃음을 자아냈다. 이유는 빈약한 선수층 때문이었다.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 해제, 이제는 선수협이 답을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