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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근→김주찬→?’ 몸값거품 지옥문 열린다

김윤일 기자
입력 2012.11.18 11:09
수정

내년 윤석민-오승환 등 국대 FA 범람

과도한 보상규정 A급 선수들만 수혜

역대 두 번째 규모의 FA계약을 맺은 이택근-김주찬.

올 시즌 FA 최대어 김주찬(31)이 정든 롯데를 떠나 KIA와 FA계약을 맺었다.

KIA는 18일 김주찬과 기간 4년에 계약금 26억원+연봉 5억원+옵션 4억원 등 총 5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주찬은 지난해 넥센과 4년간 50억원(계약금 15억원+연봉 7억원+옵션 6억원)에 계약한 이택근과 함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에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고액은 2004년 삼성 심정수의 4년간 최대 60억원이다.

사실 김주찬의 높은 몸값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리고 ‘몸값거품 시대’의 개막은 지난해 이택근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은 원 소속팀 LG와의 협상 테이블을 접고 친정팀 넥센으로 돌아갔다. 이택근이 손에 쥔 액수는 4년간 50억원이라는 초대박이었다.

일각에서는 이택근의 몸값이 거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1년 뒤 이택근과 여러 모로 닮은 김주찬이 FA 시장에 나왔다. 두 선수는 FA 직전 해 연봉(2억 7000만원)이 같았음은 물론이고 호타 준족 외야수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 시즌에는 국가대표 멤버들이 대거 FA 자격을 얻게 되는, 이른바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리기 때문이다.

일단 KIA 윤석민과 이용규를 비롯해 삼성 오승환, 안지만, 장원삼, SK 정근우, 송은범, 정우람(군 미필), 두산 손시헌과 이종욱, 그리고 롯데 포수 강민호가 FA로 풀린다. 국가대표 경험이 없던 김주찬이 50억원을 얻어낸 가운데 이들의 몸값은 가늠이 가지 않을 정도다. 특히 특급으로 구분되는 윤석민과 오승환, 정근우, 강민호는 사상 첫 100억원대의 계약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메이저리그 또는 일본 프로야구와 달리 선수 이동이 적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FA 이동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A급 선수들만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현재의 FA 제도는 선수들 간의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FA 시장에 나왔던 최영필(현 SK)과 이도형(전 한화)이 ‘FA 미아’가 된지는 고작 2년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FA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FA 자격을 얻기 위해 무려 9년의 시간을 보내야하는 점도 문제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6년에 불과하고, 일본프로야구는 한국과 같은 9년이지만 군 복무 기간이 없어 실제로는 훨씬 더 짧게 느껴진다.

‘FA 미아’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인 보상 규정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최근 KBO는 대학졸업 선수에 한해 FA 자격 취득 기간을 8년으로 줄였고, 보상 규모도 450%에서 300% 또는 300%+선수 1명에서 200%+선수 1명으로 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이저리그는 성적별 선수 등급을 매겨 보상금액 대신 다음시즌 신인지명권을 주도록 되어있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보상금액을 주게 돼있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선수별 등급에 의해 A급 선수는 전년도 연봉의 80%, B급은 60%만 지급하면 된다. C급은 무상 이적이 가능해 ‘FA 미아’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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