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O 조범현X ´믿음의 리더십´
입력 2011.10.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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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조범현 2차전 늦은 투수교체 지시
선수 탓하지 않는 이만수 포용 리더십
조범현 감독은 지난 2차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투수운용으로 승리를 놓쳤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경기를 치르며 가장 고민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바로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모 팀 감독은 "투수 교체는 대타 기용과는 전혀 다르다. 교체 타이밍을 잡느라 고민하는 사이 맞는 경우가 많다. 언제 끊고 언제 투입할지가 정말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문학구장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감독들의 투수교체 타이밍에서 승부가 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IA 조범현 감독은 구위가 떨어진 선발 로페즈를 7회에도 마운드에 올리다 안치용에게 동점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후 연장전에서도 7회에 등판한 한기주를 너무 오래 끌고 갔다. 결과는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이어졌다.
그런데 조범현 감독은 경기 후 패장 인터뷰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겼다. 한기주를 너무 오래 끌고 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불펜에 심동섭과 유동훈이 준비돼 있었는데, 심동섭이 만약 잘못될 경우 앞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았다. 한기주가 마지막까지 책임지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동섭은 올해로 스무 살인 프로 2년차 선수다. 물론 준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에서 심동섭과 같은 경험 부족한 선수들은 지나치게 긴장을 하곤 한다. 심동섭은 별명이 ‘심안쫄’(쫄지 않는다)일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투수다. 이미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을 정도로 출격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심동섭은 올 시즌 57경기에 나와 3승 1패 7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7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후반기에는 25.2이닝동안 평균자책점 0.70을 찍었다. KIA 핵심 불펜인 그는 한기주가 버틴 4이닝동안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무수히 많았다. 14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진만-김강민-정상호가 나선 10회말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1경기라도 반드시 잡아야하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연장까지 이어진 접전. 하지만 불펜의 핵이 나서지 않았다는 점은 경기를 잡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경험이 없어 올리지 않았다는 조범현 감독의 논리대로라면 심동섭이 앞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범현 감독의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은 3차전부터 다시 시작될 이번 시리즈의 최대 고민이 될 전망이다. 조 감독이 4이닝이나 믿고 맡겼던 한기주는 선발에 버금가는 72개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무리시키지 않는 이상 4차전까지 등판할 수 없다.
3차전 선발로 예고된 서재응은 ‘SK 킬러’로 손색이 없지만 긴 이닝을 책임지는 이닝이터가 아니다. 올 시즌도 가장 길게 던진 이닝은 6.2이닝에 불과하다. 나머지 2~3이닝은 한기주를 제외한 불펜진이 막아야 하지만 감독이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어 올라오는 투수들이 어떤 투구를 선보일지 미지수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선수를 탓하기 보다 칭찬과 독려의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반면,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투수운용은 조범현 감독과 전혀 달랐다. 이 감독대행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투구내용에 상관없이 철저히 투구수를 염두에 두고 마운드에 믿음을 실어줬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1차전에서 선발 김광현을 4회 2사에 갑자기 내렸다. 한계투구수인 90개(88개)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김광현도 이닝을 마치지 못했음에도 수고했다는 감독의 말 한마디에 웃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2차전에서는 선발 송은범이 생각보다 많은 투구수를 가져갔다. 송은범의 몸 상태라면 5회 이전에 내렸어야 했지만 이 감독대행은 이를 악물고 계속 던지겠다는 선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결국 송은범은 6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뒤 마운드를 물려줬고, 이만수 감독대행은 경기 후 송은범의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사실 SK 불펜 투수들은 지난 1~2차전에서 30개 이상을 던진 투수가 단 1명도 없었다. 이는 이만수 감독대행이 고작 1경기에 사력을 다하는 것이 아닌 시리즈 전체를 내다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김성근 전 감독이 만들어놓은 철저한 불펜 운영 매뉴얼은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소중한 유산이 되고 있다. 정대현-박희수-정우람 등 핵심 불펜이 2경기 모두 등판하고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특히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들어 선수들에게 강한 믿음을 실어주고 있다. 인터뷰에서도 선수들에 대한 독려와 박수만 보낼 뿐이다. 1차전 패배 후 무기력했던 방망이를 탓하기 보다는 상대 투수 윤석민의 투구가 뛰어났을 뿐이라 말했고, 1~2차전 내내 침묵하고 있는 최정에 대해서는 “끝까지 믿고 맡긴다”라는 입장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