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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반칙’ 앙리···서운하다 못해 분통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9.11.24 15:21
수정

‘비난의 표적’ 앙리, 명성과 신뢰도 치명타

국제축구연맹, 근본적 대책 없이 징계만 운운 ‘씁쓸’

“외롭다. 은퇴까지도 고려했다.”

티에리 앙리(32·바르셀로나)가 제2의 ‘신의 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앙리는 지난 19일 열린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2010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3분 핸드볼 반칙을 범했지만, 심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파문이 일었다.

이는 결국 윌리암 갈라스의 동점골의 어시스트가 됐고, 프랑스는 1·2차전 합계 1승 1무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행운을 안았다.

그러나 프랑스는 월드컵 본선진출의 기쁨을 만끽하기는커녕 국제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앙리는 그 비난의 주된 표적으로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최근 프랑스의 한 방송국에서 실시한 ‘제2의 신의 손’ 논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 축구 팬 중 절대다수에 해당하는 88%가 앙리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처럼 조국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앙리는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앙리는 “정말 외롭다. 국가대표팀 은퇴도 고려했다”면서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FIFA와 프랑스 축구협회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처사도 앙리로선 서운하기만 하다.

FIFA는 앙리의 핸드볼 고의여부를 비디오 판독을 통해 가릴 예정이지만, 프랑스-아일랜드 전을 본 주심과 부심의 오심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

오히려 오심도 경기의 일부일 뿐이라며 심판징계에 대해선 극도로 소극적이고, 아일랜드가 제기한 재경기 요구도 두 차례나 묵살했다. FIFA는 아일랜드 축구협회의 재경기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향후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FIFA가 아일랜드의 재경기 요청을 거부한 이후, 사실상 단 1명의 희생자만 찾고 있다는 점이다.

오심을 범한 주심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핸드볼을 범한 앙리에게만 징계여부를 가린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설사 FIFA가 앙리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같은 논의가 벌어지는 것 자체가 앙리에게 치명타나 다름없다.

앙리가 이미 핸드볼 사건에 대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에 심판진은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가 미흡하다.

앙리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으며, 절대 의도하거나 계산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방법은 재경기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말 외롭다. 국가대표팀 은퇴도 고려했다”면서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프랑스 축구협회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누가 앙리 일병을 구할 것인가?

앙리가 희생양으로 내몰린 상황은 책임을 통감해야 할 프랑스축구협회와 FIFA가 서로 등을 떠밀며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앙리를 향한 동정의 시선도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프랑스 대표팀 지휘관 레옹 도메네크 감독은 앙리에게 “너무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네딘 지단과 에브라 등 전 현직 프랑스 대표팀 동료들도 앙리를 두둔하고 나섰다.

지단은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축구팬들이 그를 용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에브라는 “축구선수라면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앙리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고립된 앙리를 지켜내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FIFA가 축구팬들 모두가 수긍할 만한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앙리 징계를 운운하기에 앞서 이번 오심의 본질적인 문제가 어디인지, 재발 방지를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명백한 오심에 대해 재경기 요구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이 한 선수의 선수생활에 치명타를 남기는 안타까운 전례가 되지 않기를 축구팬들은 바라고 있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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