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숲’ 사라졌다…KIOST “15년 만에 해조류 97% 감소”
입력 2026.10.08 11:23
수정 2026.10.08 11:23
뜨거워진 바다, 해조류 사라지고 아열대 산호 북상
2010년 5155t→2025년 154t…전복 생산 99% 줄어
고수온 장기화에 영양분 공급 저하…마을 경제도 타격
KIOST “단순 종 변화 아닌 생태계 재편 과정”
수온 변화로 인한 제주 해조류 생산량 감소 추이 정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 연의 ‘바다숲’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10년 5155t에 달했던 제주 연근해 해조류 생산량이 지난해 154t으로 줄면서 15년 만에 97% 감소했다. 우뭇가사리와 톳 등 대표 해조류 생산량도 급감하면서 해조류를 먹이와 서식처로 삼는 주요 패류 자원까지 덩달아 줄어드는 모습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 이희승)은 8일 이와 같은 현상을 특정 해조류의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해양환경 변화가 제주 연안 생태계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과정으로 분석했다.
실제 해조류가 줄어든 암반에서는 열대·아열대성 돌산호류가 확인되는 등 제주 연안 생태계의 구성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연근해 해조류 생산량 감소는 주요 품목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전체 해조류 생산량은 2010년 5155t에서 2025년 154t으로 97.0% 줄었다.
대표적인 해조류인 우뭇가사리는 같은 기간 3455t에서 21t으로 99.4% 감소했다. 톳은 822t에서 35t으로 95.7% 줄었다. 2010년 230t 수준이었던 모자반류도 최근 수년간 거의 집계되지 않을 만큼 위축됐다.
해조류 감소는 연안 생태계 먹이와 서식처가 함께 약화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전복류 생산량은 1990년 184t에서 2025년 1t으로 99.5% 감소했다. 오분자기는 1995년 159t에서 2025년 2t으로 98.7% 줄었다. 해녀들 주요 소득원인 소라 역시 2010년 2466t에서 2025년 1436t으로 41.8% 쪼그라들었다.
KIOST는 해조류 식생 변화 주요 배경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해양환경 변화를 꼽았다.
KIOST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 종분포모형 분석에서는 모자반 등 주요 대형 갈조류의 생육 적지가 지속적으로 고위도로 북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생육 적지 축소가 가속화되면서 제주 토착 해조류 군락의 분포 면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 주변 바다 고수온 장기화도 확인됐다. 최근 23개년 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수온 25도 등온선은 약 171㎞, 20도 등온선은 약 97㎞ 북상했다.
제주 주변 해역은 2022년부터 5년 연속 8월 평균 수온이 28도를 넘었다. 2024년 9월에는 수온이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5월 수온 역시 최근 24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수온 상승은 단순히 바닷물을 뜨겁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표층수가 따뜻해지면 따뜻한 윗물과 차가운 아랫물이 잘 섞이지 않으면서 아래쪽 영양분이 표층으로 올라오기 어려워진다.
모자반과 감태 같은 대형 해조류는 성장 과정에서 질소와 인 등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공급이 줄어들면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고수온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성장이 멈추고 잎이 녹는 현상이 나타나며 포자와 어린 개체 생존도 어려워진다.
해조류를 먹는 생물의 활동 증가도 악재다. 수온이 오르면 성게와 독가시치 등 해조류를 먹는 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져 남아 있는 해조류마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고수온과 영양 부족, 초식성 생물의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제주 바다숲이 다시 회복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KIOST 설명이다.
해조류가 사라진 자리에는 남쪽 바다 생물들이 들어오고 있다. KIOST가 2023~2025년 서귀포 보목 앞바다를 조사한 결과 해조류가 줄어든 암반에서 열대·아열대성 돌산호 5종이 확인됐다.
이들 산호는 암반 면적의 29~55%를 덮고 있었다. KIOST는 이를 단순히 해조류가 사라진 자리를 산호가 대체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새로운 생물이 들어와 자리 잡으면서 생태계 구성이 바뀌는 과정으로 판단했다.
이런 변화는 수산자원과 지역 어촌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식·먹이 환경 악화와 수산자원 감소가 해녀 고령화 등 사회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제주 마을어업 총수입은 2015년 246억원에서 2020년 120억원으로 51.2% 감소했다.
KIOST는 현재 나타나는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과정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장기간 반복 관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