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명권이냐 대법원장 제청권이냐…'대법관 재제청' 다음 카드는
입력 2026.10.07 17:11
수정 2026.10.07 17:18
민주당 "대통령 임명권 존중해야"…국민의힘 "제청권 형해화" 반박
조희대 "국회·대통령도 제청에 관여 못해"…재제청 요구 사실상 거부
한 자리 공석 장기화 속 대법원 운영·주요 사건 심리 미칠 영향도 주목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권한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헌법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으로 대법관 인선 절차를 나누고 있지만,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나 대법원장의 거부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조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재제청을 요구한다면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자신의 제청권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그는 국감에서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건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여 위헌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후보자 사전 협의 역시 헌법에 명시된 절차가 아니라 역대 대법원장들이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율적으로 해온 협력 과정이라는 게 조 대법원장의 설명이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8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하면서다. 대통령실은 조 대법원장이 실질적인 협의 없이 후보자를 제청했다며 후보자를 다시 추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재제청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하거나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다.
결국 현재로서는 조 대법원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후임 대법관을 다시 제청할지가 핵심이다. 대통령실의 재제청 요구를 받아들일지, 기존 후보자를 유지할지,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할지에 따라 이번 사태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사법부 운영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현재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한 자리가 비어 있는 가운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주요 사건들을 심리하고 있다. 대법관 1명의 공석만으로 전원합의체 심리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사건이 집중된 상황에서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할 경우 재판 업무와 사건 심리에 어떤 부담을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헌법 제104조 2항은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대법관 인선 권한을 대법원장 제청, 국회 동의, 대통령 임명으로 분점하도록 설계했다"며 "대법원장이 숙고 끝에 올린 후보자를 대통령이 명문화된 사유 없이 반려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인 제청권의 자율성을 종속시키는 실질적 인사 관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법원조직법 어디에도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권이나 제청 거부권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며 "제청된 인물에게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거나 부적격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거부하고 새 후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능이 임명권의 본질적 내용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는 있지만,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면 사법부 독립 원칙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