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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영화를 만드는가”…‘룩백’으로 다시 질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31st BIFF]

데일리안(부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10.07 09:52
수정 2026.10.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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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8일 국내 개봉

“사람은 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룩백’을 통해 다시 마주한 질문이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만화를 처음 읽은 밤, 그는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행위의 근원을 생각했다. 그때 받은 충격은 실사 영화 ‘룩백’으로 이어졌다.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데구치 나츠키, 마키타 아쥬, 나나세 후리, 오카다 로카가 참석한 가운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영화 ‘룩백’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룩백’은 잊지 못할 사계절을 함께 그리며 서로의 세상이 되어준 두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체인소 맨’으로 잘 알려진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후지모토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실사화됐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다.


나나세 후리·데구치 나츠키·고레에다 히로카즈·마키타 아쥬·오카다 로카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고레에다 감독은 “오랫동안 작품을 함께해온 배우들과 영화제에 올 수 있어 기쁘다. 어제 개막식도 굉장히 화려했고 제 이름을 가지고 노래까지 만들어주셔서 즐거웠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데뷔했을 때부터 계속 작품을 초청해준 곳이라 애착이 크다. 부산이라는 도시와 영화제에 작품을 가지고 다시 올 수 있어 기쁘다”고 인사했다.


그가 ‘룩백’을 영화로 옮기게 된 출발점은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받은 강렬한 인상이었다. 우연히 작품을 접한 고레에다 감독은 서점에서 만화를 구입해 그날 밤 단숨에 읽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왜 사람들은 이야기를 쓰고 창작하는가, 저에게 대입하면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창작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업과도 같은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이 만화를 통해 영화와 다시 마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의 표현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자신이 원작에서 받은 질문을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다시 꺼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만화와 영화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사람은 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창작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머릿속에 두고 작품을 만들었다. 원작을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후지노와 쿄모토가 함께한 시간을 사계절의 변화 속에 담아낸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물의 감정을 세세하게 규정하기보다 배우들이 실제 그곳에서 살아가는 듯한 시간을 포착하려 했다.


그는 “네 배우가 제 딸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현장 분위기가 평화롭고 편안했다. 제가 세세하게 연출하기보다 네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시간과 동네에 흐르는 사계절, 빛의 변화를 정성스럽게 영화에 담고 싶었다. 배우들이 잘 표현해줬고 실제로 그 동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처럼 지냈다. 촬영하는 동안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후지노를 연기한 데구치 나츠키에게는 얼굴이 아닌 등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특히 쿄모토의 부재 이후 남겨진 후지노의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뒷모습만으로 인물의 마음이 전달되길 주문했다.


데구치는 “영화에 등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감독님께서 ‘등으로 후지노를 느끼게 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촬영지에서 쿄모토와 계속 함께 촬영하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니 실제로 쓸쓸하고 외로웠다. 함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허망함을 마음에 두고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두 소녀와 사계절을 담기 위해 처음부터 35mm 필름 촬영을 택했다며 “필름으로 찍을 수 있는 영화는 계속 필름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영화화가 결정된 단계부터 이번 작품은 35mm 필름으로 사계절을 담고 싶다고 제안했다”며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것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 작업에서 다르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차단된다. 배우들에게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긴장들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만 생기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작품에 담기고 관객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사 영화 안에 애니메이션을 삽입한 선택 역시 후지노와 쿄모토가 함께 품었던 꿈에서 출발했다. 두 사람이 헤어진 뒤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미래를 다시 보여주는 방법으로 애니메이션을 택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후지노가 공모전 수상 소식을 확인한 뒤 ‘내 꿈은 내 만화가 애니메이션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두 사람은 한 번 떨어지게 되는데, 미래에 다시 만날 수도 있었던 가능성을 생각했다”며 “쿄모토의 방에 들어가 두 사람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보는 순간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중간 영역에 있는 영상을 사용했다. 쿄모토가 그린 배경 속에서 두 사람이 이루지 못했던 꿈이 움직이는 표현이 이 영화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룩백’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또 다른 특별한 자리였다. 이번이 첫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인 마키타 아쥬는 “개막식에 정말 많은 분이 와주셨다. 그 자리에 앉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나세 후리는 베니스와 부산의 레드카펫 분위기를 비교했다. 그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도 레드카펫을 걸었지만 한국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정말 많은 분이 모였고 긴장도 했지만 관객들이 손을 많이 흔들어주셔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오카다 로카 역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다. 이 멤버들과 함께 영화제에 올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근황도 짧게 전했다. 에디 레드메인과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품에 대해 “현재 시나리오를 열심히 쓰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이후에는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까지 영화의 전당을 포함해 부산 일대에서 진행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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