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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이명세 등 영화인 20여 명 “‘암살자(들)’ 정쟁 도구 삼지 말라” [31st BIFF]

데일리안(부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10.08 14:10
수정 2026.10.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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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 "영화인들 문제의식 공유하는 과정에서 기자회견 성사"

영화인연대 "영화 비판과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정치적 판단이 관객 선택·창작 자유 침해해선 안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정치권과 해외 영화제로 번진 가운데 영화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작품에 대한 비판은 존중하되, 정치적 판단이 관객의 선택과 창작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정지영·이명세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 20여 명은 8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응에 우려를 표했다. 현장에는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홍준 전 한국영상자료원장 등도 참석했다.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 영화인들이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마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영화인연대

이들은 “영화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더욱 치열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논쟁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작품을 충분히 보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제작 의도와 정치적 성격을 규정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논란이 감독과 배우, 제작사뿐 아니라 투자기관, 공공기관, 극장, 학교, 해외 영화제의 상영 문제로까지 번지는 상황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영화인들은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은 누구의 몫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정치권이 작품의 의미를 먼저 규정하고 관객의 선택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와 자료 요구 등 공적 권한의 행사에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적 권한은 정치적 압박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근거로 민간 투자와 상영, 문화기관의 판단 영역까지 압박하는 방식에 반대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대응을 둘러싼 질문도 나왔다. 영화제가 이번 논란에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자리였다.


이명세 감독은 이번 기자회견이 특정 단체의 주도로 마련된 행사가 아니라 영화인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대응에 대해서도 영화제 폐막 이후 영화인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홍준 감독 역시 긴급하게 마련된 기자회견이지만 취지에 공감해 참석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한 문제는 행사가 마무리된 뒤 영화제 측과 영화인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정지영 감독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 활동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역사가 남긴 의문을 작품을 통해 다시 제기하는 것은 영화감독을 비롯한 예술가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처한 현실적인 여건과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날 참석자들은 ‘암살자(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영화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전날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백재호 감독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정부가 영화와 문화예술을 바라보고 지원하는 원칙을 비교적 명확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정감사가 개별 작품의 내용과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으로 흐르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명세 감독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창작 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문화예술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인들은 이번 공동 행동이 ‘암살자(들)’의 역사적 해석이나 작품성을 옹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작품을 비판할 권리와 관객이 직접 판단할 기회 모두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찬성이든 반대든, 정치가 작품의 의미와 관객의 판단을 대신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마십시오. 공적 권한을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남겨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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