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도 남은 아일릿 공연…연속 흥행에 섣부른 무대 확장 [가요 뷰]
입력 2026.10.02 11:08
수정 2026.10.02 11:08
음원 흥행·초동 신기록 뒤 인스파이어 아레나로 옮긴 아일릿
플로어·2층도 남은 좌석에 예매 한도 완화
티켓값·영종도 동선·멤버 공백 반영한 수요 예측 필요
히트곡을 낸 팀이라고 해서 더 큰 공연장의 객석까지 무조건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룹 아일릿(ILLIT)이 첫 서울 공연 매진 이후 무대를 인스파이어 아레나로 넓혔으나 좌석을 다 열지 않은 상태에서도 플로어와 2층 좌석조차 상당수 비어있는 상황이다.
1일 아일릿 공식 팬 플랫폼 위버스에 따르면 오는 17·1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프레스 스타트♥'(PRESS START♥) 한국 앙코르 공연의 예매 한도가 회차별 1인 1매에서 2매로 변경됐다. 소속사는 "더 많은 팬을 맞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한 사람이 동반인 티켓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잔여석을 소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30일 오후 9시 기준 예매 화면을 집계하면 아예 오픈하지 않은 3층 전체와 2층 양 끝 네 구역을 제외한 좌석도상 좌석은 회차당 5718석이다. 이 가운데 토요일에는 1492석(26.1%), 일요일에는 1939석(33.9%)이 여전히 예매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다.
아일릿 '프레스 스타트♥' 홍콩 공연 ⓒ빌리프랩
주목할 부분은 무대와 가장 가까운 플로어 구역이다. 플로어 2934석 가운데 토요일 806석, 일요일 957석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무대에서 먼 상층 좌석만 판매가 더딘 것이 아니라 시야와 혜택이 가장 좋은 플로어조차 약 3분의 1가량이 비어 있게 됐다.
물론 소속사가 무대를 넓히려 한 시도에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서울 올림픽공원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에서 열린 첫 공연은 양일 모두 멤버십 선예매 당일 매진을 기록했다. 기존 공연의 매진은 다음 무대를 더 큰 장소로 확장할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이 된다.
이후 음원과 음반 성과도 뒤따랐다. 지난 4월 발매한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는 초동 판매량 41만 1654장으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타이틀곡 '잇츠 미'(It’s Me) 역시 멜론 TOP100 차트 1위에 올랐으며 현재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노래를 자주 듣는 것과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선택이다. 음반 판매량 역시 특정 주말, 특정 장소를 직접 찾아올 관객 수를 그대로 반영해주지 않는다. 서울 공연의 매진 또한 당시의 장소, 출연진, 관람 조건 속에서 확인된 일회성 수요였기에 조건이 완전히 달라진 앙코르 공연에서는 진입 장벽을 다각도로 다시 따져봤어야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음반을 50만 장 안팎 판매하는 팀이라도 실제 공연 수요에 맞춰 올림픽홀(약 3000석 규모)을 선택하고 이후에도 경과를 보며 공연장 체급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일릿 '프레스 스타트♥' 앙코르 토요일 공연 플로어 좌석 현황. ⓒ놀티켓
공연의 관람 조건도 관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요인이다. 이번 공연의 일반석은 16만 5000원, 사운드체크를 포함한 좌석은 22만원, 밋앤그릿 혜택을 포함한 좌석은 25만 3000원이다. 이는 하이브 소속 주요 아티스트들의 레이블 공통 가격 정책과 유사하지만 신인들과 비교하면 상한선에 위치한다.
코르티스(CORTIS)는 지난 7월 같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스탠딩과 지정석을 14만 3000원에 판매했고 데뷔 동기인 이즈나(izna)는 지난 9월 올림픽홀 공연 일반석을 15만 4000원, VIP석을 19만 8000원으로 측정했다. 데뷔 연차가 짧은 아일릿의 팬덤 층을 고려하면 체감 가격 부담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까다로운 접근성도 물리적 장벽으로 작용했다. 한 공연 업계 관계자는 "인스파이어가 해외 팬 수요를 겨냥했다고는 하나 외국인 관광객 역시 한국에 오면 서울 중심 관광을 함께 계획한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팬층 전체가 영종도라는 이동 동선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멤버 모카의 활동 중단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지난 6월 건강 회복을 위해 활동을 중단한 모카가 빠지면서 아일릿은 네 멤버 체제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다섯 멤버가 모두 참여했던 3월 서울 공연과 동일한 조건으로 수요를 예측하기엔 전제부터 틀어져 있었던 셈이다.
아일릿 '프레스 스타트' 앙코르 공연 포스터 ⓒ놀티켓
티켓값과 영종도라는 동선 부담, 멤버 공백이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이전 서울 공연의 매진 기록과 차트 성적만 믿고 무대 규모를 급격히 확장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성장을 위해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공연장의 체급이나 이름값이 곧 팀의 성장을 증명하는 유일한 징표가 될 수는 없다. 음악으로 얻은 관심이 높은 티켓값과 먼 거리의 이동을 기꺼이 감수할 실질적 관객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그 온도를 신중하게 읽어내는 기획이 선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