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량 75% 이미 확약"…마이크론이 알린 메모리 장기 호황
입력 2026.10.01 14:15
수정 2026.10.01 14:15
매출 542억달러·영업이익률 80% 돌파…사상 최대 실적
장기공급계약 26건·금융약정 320억달러…가격보다 '물량 확보' 우선
"2027·2028년 수요가 공급 웃돌 것"…삼성·SK에도 우호적 업황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로고. ⓒAP/뉴시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내년 출하 물량 75% 이상이 벌써 고객사에 배정됐다. 고객사들과 진행하는 물량 협상도 상당 부분 2028년 공급분으로 넘어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고객들이 가격보다 향후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이 같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등에 업고 사상 최대 실적도 다시 썼다.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542억2900만달러(약 73조원), 미국 일반회계원칙(GAAP) 기준 영업이익은 437억5100만달러(약 59조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각각 379.3%, 1097.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80.7%까지 치솟았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호황의 지속 가능성이다. 마이크론은 2027년에 이어 2028년에도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물량 상당 부분이 이미 고객사에 확약된 데다 장기공급계약도 26건으로 늘었다. 관련 고객 금융약정은 320억달러(약 43조원)에 달한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가격과 실적 측면에서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다.
영업익 12배 늘었는데... "내년 더 강해"
1일 업계에 따르면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6회계연도에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으며 2027회계연도에는 이보다 더 강한 실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7회계연도 출하 물량의 75% 이상을 고객사에 공급하기로 확약했다고 전했다.
고객사들과의 물량 논의는 이미 대부분 2028년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2027년뿐 아니라 2028년에도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 수요가 언제 다시 균형을 이룰지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인 범용재로 가격 변동성이 큰 산업이다. 과거에는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되면서 고객사들이 여러 공급업체를 상대로 분기 또는 반기 단위 가격 협상을 벌여 구매단가를 낮추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던 반면 AI 시대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까지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필요한 메모리를 제때 확보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졌다.
장기계약서 확인되는 물량 확보 경쟁
고객들의 물량 확보 경쟁은 마이크론의 장기계약에서도 확인된다. 마이크론이 고객사와 체결한 전략적 고객협약(SCA)은 직전 분기 16건에서 26건으로 늘었다. 고객이 일정 물량을 구매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대금을 지급하는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방식의 다년 계약이다.
현재 체결된 SCA는 2030년까지 마이크론 예상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계약은 2031년까지 이어진다. 고객사들이 약정한 자금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SCA 및 계약 연장과 관련한 고객 금융약정은 32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6월 220억달러에서 불과 석 달 만에 100억달러 증가했다. 상당 부분이 현금 예치 형태다.
마이크론이 공개한 잔여수행의무(RPO)는 약 1500억달러에 달한다. RPO는 가격 체계가 정해진 SCA의 확약 물량과 최소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계약가치다. 마이크론은 실제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매출은 RPO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2028년까지 수요가 공급 초과"
고객들이 수년 뒤 물량까지 선점하는 것은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2027년뿐 아니라 2028년에도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는 반면 HBM 생산 확대와 제한적인 클린룸 공간 등으로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HBM 생산 확대는 범용 D램 공급에도 영향을 준다. HBM은 같은 용량의 범용 D램보다 생산에 더 많은 웨이퍼 용량을 필요로 한다. HBM 생산 비중이 커질수록 범용 D램에 배분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신규 공장을 지어도 실제 공급 확대까지는 시차가 발생한다. 클린룸을 건설하고 장비를 반입한 뒤 웨이퍼를 투입해 양산 수율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역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상당수 신규 생산능력이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시점은 2028년 이후다.
마이크론發 장기 호황론…삼성·SK에도 청신호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 마이크론이 내놓은 전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중요한 신호다. 글로벌 D램 시장을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과점하고 있는 만큼 공급 부족이 길어질수록 국내 업체 역시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HBM을 중심으로 고객사와 차세대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공급 물량과 제품 사양을 협의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D램과 기업용 SSD 수요 증가도 양사에 유리한 환경이다.
마이크론의 전망대로 2028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면 AI가 촉발한 메모리 호황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까지 가격 상승 효과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의 가시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