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데려와 '공장' 잡는다…SFA가 레인보우와 손잡은 배경
입력 2026.10.01 06:00
수정 2026.10.01 06:00
로봇 본체보다 '현장 적용'에 승부…40년 자동화 노하우 활용
레인보우로보틱스 하드웨어에 자사 AI·비전·통합제어 솔루션 결합
피킹 ·물류상하차 등에 남은 '자동화 마지막 빈틈' 메운다는 취지
김상경 SFA 대표가 30일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ART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SFA
"잘 만든 로봇을 가져와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제대로 일하게 만들겠다."
자동화 솔루션 기업 SFA가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손잡고 '2030년 완전자율제조' 구현에 속도를 낸다. 40년간 제조와 유통·물류 현장에서 쌓아온 자동화 기술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완전 무인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모든 로봇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전문 업체의 로봇 하드웨어를 SFA의 자동화 시스템에 통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휴머노이드 등에 SFA의 AI 비전과 소프트웨어(SW), 로봇 핸드, 통합제어 기술을 접목해 고객사 공정에 맞는 자율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김상경 SFA 대표는 30일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ART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 행사에서 "기술과 품질, 가격 경쟁력이 있는 로봇을 구매해 우리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포함시키는 인티그레이션 자체가 우리의 사업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처럼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는 범용적인 로봇을 우리가 만들기보다는 산업에 꼭 필요하고 고객사들이 꼭 필요한 분야에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SFA가 택한 길은 '로봇 제조사'가 아닌 '인티그레이터(통합사업자)'다. 이날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체결한 업무협약(MOU)은 이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첫 단추다. 양사는 AI 자율제조와 로봇 기술을 공동 연구·개발하고 영업·마케팅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고성능 로봇 하드웨어와 정밀 제어 기술을 제공하고 SFA는 지능형 물류·제조 SW와 AI 자율제조 기술을 결합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SFA가 확보한 제조·물류 고객망을 새로운 로봇 판로로 활용할 수 있다.
협업 방식도 구체적이다. SFA 측은 간담회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제품을 SFA가 구매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된 로봇을 그대로 쓰기보다 실제 고객사가 요구하는 작업에 맞춰 일부 기능을 수정하거나 공동 개발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로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하드웨어를 SFA의 제조·물류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협업의 기본 구조다.
SFA 측은 "양산라인에 들어가게 되면 대응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하드웨어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는 기술과 오랜 현장 경험이 잘 융합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자체의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내놨다. 국내 제조현장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실제 라인에 투입한 이후의 유지보수와 고객 대응 등이 로봇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레인보우와 손을 잡은 것도 개별 로봇의 경쟁력을 넘어 SFA가 구축하는 전체 자동화 시스템 단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SFA가 이 시장에서 내세우는 경쟁력은 결국 '공장을 아는 능력'이다. SFA는 전신인 삼성항공 자동화사업 시절부터 약 40년간 공장 자동화를 다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뿐 아니라 유통·물류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공정별 데이터와 자동화 시스템 구축 경험을 쌓았다.
김상경 SFA 대표가 30일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열린 'ART 이노베이션 센터' 개관 행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SFA
특히 최근에는 유통·물류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기대하고 있다. SFA의 로보틱스 머티리얼핸들링(MH) 부문 수주잔고는 2024년 727억원에서 지난해 2923억원으로 1년 만에 300% 이상 증가했다. 회사도 유통·물류 분야가 다른 산업보다 인력 투입이 많아 AI·로봇 도입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SFA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을 필요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공장 자동화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마지막 빈틈'을 메우려면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전용 장비를 넘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FA 측은 "이송·보관·분류만으로는 완전 무인화가 어렵다. 물류센터에서 상품의 위치와 형태가 매번 달라지는 피킹이나 입·출고 과정에서의 상·하차처럼 사람의 눈과 손이 필요한 작업이 남아 있어서다. SFA는 약 5년 전부터 피킹 로봇을 개발해 현장에 공급해왔지만 기존 석션 방식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물체까지 자동화하기 위해 사람 손처럼 자유도가 높은 핑거 타입 로봇 핸드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SFA가 휴머노이드에서 주목하는 것도 '걷는 로봇' 자체가 아니다. 제조·물류 현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정확히 인식하고 집어 원하는 곳에 내려놓는 '픽앤플레이스'를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실제 고객사들과 관련 기술의 개념검증(PoC)도 협의 중이다. 회사 측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관련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문을 연 ART 이노베이션 센터는 이 같은 기술을 한데 모아 실제 제조·물류 환경과 유사하게 검증하기 위한 공간이다. 개별 로봇 한 대의 성능을 전시하는 쇼룸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하나의 생산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장에서는 3D 뎁스 카메라가 물체의 위치와 형태를 입체적으로 인식하면 AI가 어떤 물체를 집어 어디에 놓을지를 판단하고 협동로봇이 이를 실행했다. 기존 로봇이 사전에 정해진 위치의 물체를 정해진 곳으로 옮겼다면, AI를 적용한 로봇은 물체 위치가 달라져도 주변 환경과 상태를 파악해 작업을 수행한다.
휴머노이드 두 대도 투입됐다. 한 대는 컨베이어에서 들어온 박스를 선반에 적재하고 다른 한 대는 박스 안의 개별 물품을 집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작업이 끝난 물품은 자율이동로봇(AMR)이 다음 공정으로 운반했다. 로봇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가 하나의 자율제조 시나리오 안에서 역할을 나눠 움직이는 구조다.
SFA는 로봇을 실제 제조·물류 현장에서 움직이게 할 AI·SW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자체 AI 플랫폼 'NEO AI'는 AI 비전과 피지컬 AI, 생산성과 수율을 높이는 최적화 AI 등으로 구성된다.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는 'NEO Edge'와 예지보전(PDM) 솔루션을 비롯해 물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AI Traffic Manager' 등도 자율제조를 뒷받침한다.
SFA는 AI 기술의 실제 현장 적용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율제조 솔루션 중 하나인 AI Autonomous Agent는 AI가 데이터를 수집·학습한 뒤 예지보전을 수행하는 기술로, 현재 현장에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트윈은 자동화 시스템을 현장에 설치하기 전 가상환경에서 실제 장비를 구동해 문제가 없는지 사전 검증하는 기술"이라며 "현재 새로 공급되는 제품에는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SFA가 그리고 있는 '2030년 완전자율제조'는 공장에 휴머노이드 몇 대를 투입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미 자동화된 이송·보관·분류 공정에 AI를 더하고, 아직 사람이 맡고 있는 피킹·상하차 등의 작업에 휴머노이드와 로봇 핸드를 투입한 뒤 이종 로봇과 기존 자동화 설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휴머노이드의 초기 사업화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제조공장보다 유통·물류에서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SFA는 보고 있다. 제조업은 이미 자동화 수준이 높아 휴머노이드 추가 도입에 따른 경제성을 따져야 하는 반면 유통·물류는 여전히 사람의 작업 비중이 높아 인건비와 로봇 투자비 사이의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상대적으로 쉽다는 판단이다.
SFA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협업을 통해 이 같은 자율제조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하드웨어와 정밀 제어 역량에 SFA의 AI·자동화 기술과 산업별 공정 경험을 결합해 고객사별 제조·물류 환경에 적용한다. ART 이노베이션 센터는 향후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하는 기술을 비롯해 SFA의 AI·로봇 솔루션을 검증하는 실증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