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도 ASML도 모였다…'이건희 컬렉션' 런던 개막
입력 2026.10.01 10:00
수정 2026.10.01 10:00
英박물관 42년 만의 한국미술 특별전…앤 공주 등 240여명 참석
ASML·Merck·ZEISS·imec 수장 한자리…삼성 반도체 핵심 파트너 집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앤 공주, 조지 오스본 영국박물관 이사회 의장(사진 맨 왼쪽)과 함께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남긴 문화유산을 매개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핵심 파트너들이 영국 런던에 모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영국 왕실과 정·재계 인사뿐 아니라 ASML·Merck·ZEISS·imec 수장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혔다. 이건희 컬렉션의 첫 유럽 전시가 한국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인 동시에 삼성의 주요 사업 파트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간외교'의 장이 됐다.
삼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특별전은 영국박물관에서 1984년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D.C.와 올해 시카고에 이은 이건희 컬렉션의 세 번째 해외 순회전이자 유럽에서 열리는 첫 전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앤 공주, 앤 공주의 남편 티머시 로런스 경이 KH컬렉션 순회전을 둘러보고 있다.ⓒ삼성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家)가 참석했다. 갈라 디너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는 영국 왕실의 앤 공주가 참석해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영국 정·관계와 재계, 문화계 인사 등 240여명도 자리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과 긴밀하게 협력해온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의 수장들이 참석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카이 베크만 Merck CEO, 안드레아스 페허 ZEISS CEO, 패트릭 반데나멜레 imec CEO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Merck와 ZEISS 역시 각각 반도체 소재와 광학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다. 벨기에 연구기관 imec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에서 삼성전자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행사에 삼성의 현재 반도체 생산부터 차세대 기술 개발까지 연결되는 주요 파트너들이 집결한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월 30일(현지시간)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KH컬렉션 순회전 갈라 디너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삼성
삼성은 이번 행사를 한국 문화유산을 매개로 글로벌 기업·기관의 주요 경영진과 교류하고 미래 사업의 접점을 넓히는 민간외교의 장으로 설명했다. 이 회장 역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해외 주요 기업 경영진과 직접 접점을 넓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한국과 영국의 오랜 인연도 강조했다. 갈라 디너에 참석한 마이크 로 등 한국전쟁 참전용사 3명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지난 7월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 앤 공주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삼성은 영국과도 오랜 사업 인연을 이어왔다. 약 80년 전 영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지난 50여년간 영국을 유럽 사업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해왔다. 이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 홍라희 명예관장으로 이어진 문화유산 보존과 나눔의 의미도 강조했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우리 문화유산을 가꾸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를 이어 평생에 걸쳐 작품을 수집했다. 홍 명예관장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컬렉션의 폭을 넓히는 데 힘썼다.
이 회장은 "저희 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과 문화는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이번 전시가 2000년에 걸친 한국의 창의성과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영국박물관 특별전에는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총 100건의 작품이 출품된다. 국보 10건과 보물 13건도 포함됐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백남순의 '낙원' 등이 미국에 이어 런던 관람객을 만난다.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과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 '까치와 호랑이',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 등 미국 순회전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도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현대까지 약 2300년에 걸친 한국 문화와 예술의 흐름을 다룬다. 고대 금속공예와 불교미술부터 고려청자, 조선시대 회화·공예, 근현대 미술까지 한국 미술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앞서 미국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에는 총 19만5000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워싱턴D.C. 전시에는 약 8만명이 방문했다. 최근 10년간 이 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다.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시카고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는 약 11만5000명이 찾았다. 워싱턴 전시보다 관람객이 40% 이상 늘었다. 미국 두 도시를 거친 이건희 컬렉션은 이번 런던 전시를 통해 처음 유럽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