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호화 유람선에 투자를? ‘선박 조각투자’ 시범사업 본격
입력 2026.09.30 07:46
수정 2026.09.30 07:46
해진공, 선박금융 대중화 시동 국민참여형 조각투자 모집
보유 선박 활용해 투자상품 마련…발행부터 유통·사후관리까지
일반 국민에 선박 가치·임대수익·운용 위험 등 정보 제공
제도화 과정서 장기투자 상품화·유통시장 역할 분담 과제
해진공은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선박 조각투자 시장 조성 간담회’를 열고 시범사업 세부 추진 방향과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
기관투자자와 자산가들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가의 선박 자산에 일반 국민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안병길, 해진공)가 보유 선박을 기초자산으로 한 조각투자 상품을 연내 발행하고 한국거래소(KRX) 신종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시범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조각투자는 고가의 선박 건조 비용을 소액 단위로 분할(파편화)해 다수 투자자들 유치하는 펀딩 방식을 말한다.
해진공은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선박 조각투자 시장 조성 간담회’를 열고 시범사업 세부 추진 방향과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공유했다.
간담회에서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그동안 축적한 선박금융 경험과 자산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일반 국민도 해양산업에 동참할 수 있는 통로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발행부터 유통, 사후관리에 이르는 안정적 체계를 구축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시장 반응을 검증한 뒤 향후 다양한 해양자산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는 축사에서 선박이라는 우량 실물자산이 일반 투자자와 만나는 제도적 기반이 닦였다며, 업계 최고 수준 구조화와 위험관리 역량을 활용해 시장 안착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해진공은 그동안 해운산업에 필요한 금융을 공급하고 선박을 비롯한 해양자산에 대한 투자와 보증을 통해 국적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왔다.
이번 시범사업은 이 과정에서 축적한 선박금융 경험과 자산관리 역량을 활용해 국민도 해양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공공과 민간 금융이 손잡고 국민 자금을 해양산업 성장 동력으로 유입시키는 금융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의 핵심은 ‘안정성’이다. 해진공과 메리츠증권은 초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변동성이 큰 지분형 방식 대신 안정적인 용선수익이 보장되는 선박을 담보로 한 ‘채권형 신탁수익증권’ 형태를 채택했다.
투자자들은 약정된 이자수익과 원금 상환권을 우선 보장받게 된다. 해진공 투자자 보호장치와 신용보강을 통해 안전성을 높였다. 시범 발행을 마친 상품은 연내 KRX 신종증권시장 상장을 최우선 목표로 유통될 예정이다.
주제 발표에 나선 홍강희 메리츠증권 이사는 ETF가 환금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모펀드 시장 성장을 견인한 사례를 제시했다. 조각투자 역시 장내·외 유통시장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시장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초기에는 정책금융기관 신용보강을 바탕으로 채권형 상품을 발행해 성공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향후 시장 성숙도에 맞춰 지분형 상품이나 북극항로 친환경 쇄빙선 등 국가 전략산업 기반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점도 다뤄졌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조각투자상품이 단기적 차익거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퇴직연금계좌 등 장기 투자 계좌를 통한 편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규모 공모 자산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전문 평가가 요구되는 비정형 초기 자산은 KDX나 넥스체인지 등 장외 유통플랫폼을 통해 소화하는 상호보완적 유통 체계의 필요성을 짚었다.
김도윤 해진공 사업기획팀장은 해진공 보유 선박으로 첫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벌크선과 유조선 등 선종을 다변화하고 신조선 발주 연계 및 이익공유형 수익구조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민간 선사와 금융사, 거래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생태계를 정착시켜 국민이 선박의 주인이 되는 ‘국민 선주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해진공 관계자는 “선박 한 척을 투자상품으로 연결하는 경험이 쌓이면 해양산업으로 향하는 자금의 길도 넓어질 것”이라며 해운업계와 금융·운용업계, 유통기관, 법률·보험 전문가 등 시장 참여자들과 협력해 시범사업을 구체화하고 후속 사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