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역설] 대부업 문 두드린 고신용자…저신용자는 문전박대
입력 2026.09.30 07:06
수정 2026.09.30 07:06
상반기 신규 이용자 33%↑…대출액도 22% '쑥'
6·27대책 '풍선효과'…고신용·고소득자 유입 늘어
"DSR 규제, 저신용자 불법사금융 내몰릴 가능성"
"투기·생계형 수요 구분 DSR 탄력 적용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은행과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부업 대출이 크게 늘었지만, 정작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힌 고신용·고소득자가 대부업으로 유입되는 반면, 대부업체들은 부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30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부업 상위 30곳의 신규 이용자는 14만276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0만7072명)보다 3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대출액도 7404억원에서 9062억원으로 22.4% 늘었다.
대부업 대출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가 자리한다.
지난해 6·27대책 이후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되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한 차주들이 대부업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업으로 유입되는 차주의 신용도도 높아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부업체 상위 10곳의 상반기 개인 신규대출 7837억원 가운데 신용점수 800점 이상 차주에게 나간 대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5%에서 올해 17.1%로 뛰었다.
반면 신용점수 599점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은 49%에서 29.3%로 하락했다.
대부업으로 유입되는 고소득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연소득 8000만원 초과 차주는 올해 상반기 9317명으로 1년 전 동기 대비 68.5% 증가했다. 이들의 대출액도 643억원에서 1465억원으로 128% 급증했다.
대출 규제의 여파로 대부업으로 유입되는 차주가 증가하면서 대부업권의 외형도 커졌다.
대부업 상위 20개사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8조355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조2262억원으로 8710억원(10.4%) 증가했다.
대부업은 은행·2금융권과 달리 DSR 규제를 직접 적용받지 않는다.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 한도가 줄어든 고신용·고소득 차주가 대부업으로 이동한 셈이다.
문제는 대부업체가 늘어난 대출 수요를 저신용자까지 충분히 흡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된 상황에서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추가로 올려 위험을 보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업체들은 금리 인상 대신 대출 심사를 강화해 상대적으로 상환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3년 이내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 977명 가운데 59.4%는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업체의 제한된 공급 여력도 저신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대부업체는 총량 규제 대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총자산은 자기자본의 10배까지로 제한받는다.
대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상환 가능성이 높은 차주에게 자금이 먼저 배분되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여력은 줄어든다.
대부업에서도 대출받기 어려워진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발생 건수는 2022년 1801건에서 2023년 2126건, 2024년 3391건, 지난해 5519건으로 증가했다.
2021년 1362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대부업 대출 자체는 증가했지만 저신용자의 자금 조달 여건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취약차주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담보가 충분하더라도 소득이 없으면 대출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은퇴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이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대부업으로 몰리고 있고, 신용점수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까지 대부업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업체도 법정 최고금리와 자금조달 여건 탓에 대출을 늘리기 어려워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수 있다"며 "투기·투자 수요와 생계형 실수요를 구분해 DSR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자금 용도에 따른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