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노조, 일방적 분사에 반발…“주택공급 차질 우려”
입력 2026.09.29 15:14
수정 2026.09.29 15:16
국토부 앞 결의대회…1만4334명 반대 서명 전달
“개발·자산관리 분리하면 업무 단절·행정비용 발생”
30일 첫 교섭 앞둬…협의 없이 강행 땐 총파업 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조가 29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LH 기능개혁 규탄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두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충분한 협의 없이 조직을 분리하면 주택 공급과 주거복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29일 LH 노조는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LH 기능개혁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노조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서민 주거의 마지막 보루인 LH를 개발과 자산으로 난도질하겠다는 날림 분리안은 과연 누구의 생각인가”라며 “일방적이고 졸속적이며 밀실 탁상공론에서 태어난 개악안을 LH 8000여명 조합원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서 LH를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도시개발공사는 택지개발과 주택 건설·공급을 맡고, 주택도시자산공사는 공공임대주택 운영·관리 등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비축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성격이 다른 주택 공급과 주거복지 업무를 각 기관이 맡도록 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조직 운영과 재원 조달 방안은 LH 개혁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출범한 LH 개혁위원회는 LH의 사업 방식과 기능·역할 재정립, 재무 건전성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해 왔다.
관건 중 하나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그동안 LH는 택지 매각으로 얻은 수익을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하는 교차보전 방식을 활용해 왔다.
정부는 분사 이후 개발공사 이익의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한 뒤 자산공사에 출연해 공공임대 공급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개발공사가 택지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은 택지 매각과 비교해 대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어려워진 데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따라 자산공사의 운영 손실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충당할 구체적인 방안이 개혁안에 담길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LH 노조는 조직 분리가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LH 임직원과 가족 등 1만4334명이 참여한 강제분할 반대 서명부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충분한 협의 없이 기능개혁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도 예고했다. 노조와 정부는 오는 30일 첫 교섭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된 이후 17년간 유기적인 정책 수행을 이어왔다”며 “기계적으로 둘로 쪼갠다면 개발과 자산관리 간 업무 단절과 막대한 분할 행정비용만 발생해 정책 혼선과 공급 절벽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따른 부채 증가와 업무 부담도 지적했다.
주택 공급 확대뿐 아니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지역균형발전, 청년·신혼부부·고령자 주거지원 등 LH가 수행해야 할 업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부채는 방만경영 때문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1가구를 지을 때마다 1억원씩 누적되는 국가 정책성 부채”라며 “재정지원 확대 없이 조직만 쪼개는 것은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현장 노동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해야 할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인력 감축과 총인건비 제약, 업무 과중, 의사결정 지연 등이 현장 실행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정부 주택 공급 계획이 역대 최대 수준인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계획보다 이미 수립된 계획을 실행할 현장 역량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