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고 만지고 조종하는 ‘바다’…아이들 정신 속 빼놓겠네
입력 2026.09.29 14:03
수정 2026.09.29 14:04
29일 개관한 국립청주해양과학관
해저 기지·광물 탐사 로봇…직접 만지고 조종
디지털로 구현한 바닷속, 실제보다 ‘황홀경’
내륙 아이들에 바다를 선물하다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디지털아쿠아리움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처음에는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물관, 자원관, 과학관까지 비슷한 시설들이 전국 바닷가 도시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없는 내륙에서 얼마나 알차게 ‘해양’을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밀레니엄1로 52에 문을 연 ‘국립청주해양과학관’ 이야기다.
국립청주해양과학관(관장 남기헌)은 전국 최초 내륙권 국립해양과학관이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만4980㎡ 규모다. 전시 면적만 4836㎡에 이른다. 29일 개관한 이곳은 바다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도록 전시 동선을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날 오전 개관식에 앞서 미리 시설을 둘러 봤다. 관람은 3층에서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2500㎡ 규모 ‘미래해양전망관’이다. 전시관에는 모두 51건의 체험물이 전시돼 있었다.
첫 장면은 ‘바다가 마주한 미래’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고 바다가 미래를 지키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이어 스마트 양식과 해양바이오 기술, 의학·산업에 활용되는 해양생물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이동하자 공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박연구소와 해양로봇센터, 오션게이트, 해저기지 연구원의 하루 등 아직 현실에서는 낯선 미래의 바다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화면을 만지면 자세한 설명과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감응형 시설들이 아이들의 더 많은 호기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였다.
전시물을 눈으로만 보는 데 그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미래해양전망관에는 51건 가운데 40건이 작동체험형 전시물이었다. 선박조종센터에서 선박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 잠수정 조종센터에서 해저 탐사 체험이 가능했다.
미래해양전망관은 자연에서 배운 생체모방로봇을 살펴보고 바닷속 소용돌이와 물의 움직임을 체험하도록 만들었다. 아이들 인기를 독차지할 해저탐험과 바닷속 보물찾기도 있었다. 모두 직접 움직이고 조종할 수 있는 ‘대형 장난감’ 같은 시설이다. 사실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재미를 느꼈다.
해양로봇과 수중 드론, 해저 데이터센터, 해수담수화, 스마트팜 등 바다를 둘러싼 기술이 각각의 체험 콘텐츠로 연결됐다. 과학관 관계자 설명으로는 모두 74건의 전시체험물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압권은 2층에 마련한 ‘디지털아쿠아리움’이었다. 2층과 3층 공간을 함께 활용해 동해 표층에서 태평양과 심해까지 디지털 영상으로 탐험하도록 꾸몄다. 거대한 벽면은 깊은 바닷속이 됐다. 거대한 디지털 공간 속에서 관람객은 바닷속을 유영했다. ‘물’이 없는 공간에서 디지털로 구현한 바다는 ‘사실감’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보다 더 황홀함에 빠지기 충분했다.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내부 전시물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내부 전시물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디지털아쿠아리움에도 다양한 체험형 전시물들이 있었다. 바닷속에서 소용돌이와 ‘물 도넛’을 직접 만들어봤다. ‘바닷속 보물찾기’ 공간에서는 해저 탐사 로봇으로 직접 광물을 캘 수도 있었다.
1층으로 내려오니 ‘어린이해양체험관’이 보였다. 이곳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하루 6차례, 회당 1시간씩 이용할 수 있다. 이용일 기준 한 달 전 예약할 수 있는데, 자정에 예약창이 열리면 5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704㎡ 공간에 마련된 어린이해양체험관 주제는 ‘모여라! 바다 지킴이’다. 24개월 미만 아이들을 위한 문어놀이터에서는 대형 문어 모양의 오감놀이를, 소리놀이터에서는 바다 생물의 소리에 맞춰 드럼패드를 두드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갯벌놀이터와 파도놀이터에서는 각각 갯벌과 파도를 형상화한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도록 했다. 시장놀이터에서는 직접 작은 카트를 끌고 해양 쓰레기를 줄이는 소비활동까지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1층 로비에는 길이 17.9m와 12.8m, 높이 8m 규모의 미디어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형 디지털 화면을 통해 해양 관련 영상과 실감형 미디어아트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3층에서 시작한 바다 여행이 디지털 화면으로 다시 이어지는 셈이다.
국립청주해양과학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가 없는 지역에서도 바다를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단순한 전시시설을 넘어 해양과학 자료의 전시·교육과 해양과학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을 주요 업무로 삼는다.
관람 동선이 이를 뒷받침한다. 3층에서 기후변화와 해양생명, 미래 해양공간을 생각하고, 2층에서 디지털 기술로 바닷속을 탐험한다. 1층에서는 놀이와 실제 생물을 통해 바다를 체험한다.
전시 시작점은 ‘미래’지만 마지막에는 다시 관람객 자신의 행동으로 돌아온다. 바다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양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해양의 가치를 체험하도록 만든 구조다.
앞으로 바다가 없는 도시에서 아이들은 과학관을 통해 바다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해양로봇을 움직여보고, 해저기지를 상상하고, 파도와 갯벌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바다를 직접 보러 가는 대신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 찾아오는 공간, 국립청주해양과학관의 항해는 그렇게 닻을 올렸다.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내 선박조정 시뮬레이터 체험관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내 어린이해양체험관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