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말 암투부터 경성 밀정까지… 시대 관통하는 K-드라마 [방송 뷰]
입력 2026.09.30 06:02
수정 2026.09.30 06:02
1970년대 격동의 대한민국 배경으로 한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
역사와 로맨스 버무린 ‘100일의 거짓말’· ‘고래별’ 등
무게감 갖춘 시대극 연이어 출격
1970년대 격변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누아르부터 1920년대 경성이 배경인 로맨스 드라마까지. 한국의 근현대사가 최근 안방극장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역동적인 한국의 시대상을 관통하며 무게감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겨냥 중이다.
최근 시즌 1, 2 모두 큰 관심 속에 공개를 마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가 그 중심에 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앙정보부 과장 백기태(현빈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10.26 사태에서 12.12 군사반란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위에 허구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버무려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중정 요원이자 마약 밀수업자인 백기태가 권력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리는 누아르의 문법으로 이를 풀어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메이드 인 코리아2’ 포스터ⓒ디즈니+
백기태의 죽음으로 마무리된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리며, 소재의 무게감에 비해 전개의 깊이감은 다소 약했다는 평도 있다. 다만 그만큼 뜨거운 반응이 이어진 배경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의 흥미로운 전개가 이끌어낸 입소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대극의 열기는 하반기와 내년까지 이어진다. 10월 첫 방송되는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과 내년 방송을 앞둔 ‘고래별’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넷플릭스 ‘천천히 강렬하게’는 1960년대 한국 연예계를 소재로 삼는 등 다채로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누아르의 외피를 입은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는 물론, 로맨스 또는 성장 서사를 덧입혀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는 그간 꾸준히 영화,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무게감을 갖춘 동시에 장르적 재미를 배가하는 방식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100일의 거짓말’은 밀정이 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와 조선총독부의 엘리트 통역관이 적의 심장부에서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장르를 ‘첩보 로맨스’로 소개하고 있다. 거짓과 의심으로 뒤엉킨 두 남녀가 작전과 감정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긴장과 설렘을 선사할지가 기대 포인트가 되고 있다.
‘고래별’은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조국에 모든 것을 바친 남자와 그를 지키려 목숨을 거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역사적 배경 위에 청춘들의 사랑, 성장 서사가 어렵지 않게 펼쳐낸 웹툰은 묵직하면서도 여운 남는 서사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물론 실존 인물이나 민감한 역사적 사건을 허구와 섞는 과정에서 책임감이 요구되기도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백기태의 동생이자 보안사 중령 백기현을 연기한 우도환은 “내 군대 시절을 떠올렸다. 누군가를 보고 따라하기 보다는 내가 배운 군생활, 군인 정신을 떠올렸다. 물론 시대는 다르지만, 내가 군복을 입고 70년대로 돌아가면 어떨까 생각했다”면서도 “먼저 시대에 대해 공부를 좀 했다. 1970년대를 그냥 표면적으로 알고만 있었다면, ‘왜 그 시절 사람들이 욕망을 갖게 됐는가’, 또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에 대해 들여다보려고 했다. 가볍게 찍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정확히 알고 찍어야 했다. 그래야 내 한마디가 어떤 의미인지, 왜곡하지 않을 수 있겠더라”라고 부담감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