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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타짜’ 1편 뛰어넘겠다는 건 오만…우리 색깔 찾았다” [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27 11:22
수정 2026.09.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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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영 위해 체중 변화·홀덤 연습

“극장에서 영감과 낭만 느꼈으면”

변요한이 20년간 이어진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나섰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운 좋게 승승장구하다 한순간 모든 것을 잃은 장태영으로 분해 시리즈의 마지막 승부를 이끈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2006년 최동훈 감독의 ‘타짜’로 시작한 영화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한 장태영(변요한 분)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동명의 절친 박태영(노재원 분)과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맞붙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변요한 ⓒCJ ENM

시리즈의 출발점인 ‘타짜’는 개봉 이후 오랫동안 회자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이 된 변요한 역시 이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본을 처음 만났을 때 부담이 정말 컸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막연함도 있었고요.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두려움이 오히려 ‘한번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타짜’ 1편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잖아요. 2편, 3편을 했던 배우들도 분명 부담이 있었을 거예요. 저 역시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 나중에 제가 안 하고 다른 배우가 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비겁하다고 느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였죠. 저 자신에게 당당하고 싶어서 도전한 것도 있고요. 막상 시작하고 나서는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색깔이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계속 ‘내 색깔이 뭐지?’ 고민했어요. 조우진 형님, 노재원 씨, 윤경호 배우, 이윤지 배우 등 많은 배우를 만나면서 장태영이라는 인물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첫 작품이 개봉한 2006년과 지금은 관객도, 시대도 달라졌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가져가면서도 달라진 시대에 맞는 표현법이 필요했다.


“2006년 ‘타짜’에서 나왔던 모든 대사와 행동을 2026년에 그대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대에 맞게 걷어낼 건 걷어내고, 새롭게 들어올 건 들어와야 한다고 봤어요. 감독님과도 ‘현명하게 가자’는 이야기를 했고요. 결국 1편을 존중하고 존경하되 거기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 작품을 우리만의 색깔로 잘 만드는 게 답이었어요. 사랑받은 작품을 뛰어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건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라고 봤어요.”


변요한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1편에서 고니를 연기한 조승우에게 직접 연락하기도 했다.


“예의와 존경심이었어요. 그리고 저 혼자만의 약속 같은 거였고요. 응원도 받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절대 꺾이지 않고 잘해보겠습니다’라는 저만의 약속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의 장태영은 유독 운이 따르는 인물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야 했던 친구 박태영과 달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왔다.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긴 뒤 장태영의 삶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변요한은 이 설정에서 캐릭터에 접근할 출발점을 찾았다.


“‘운이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내가 똑바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도 고민했고요. 포커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 지나간 시간에 계속 연연하면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나간 건 지나간 거잖아요. 과거의 패는 제가 덮을 줄 알아야 하는 거죠. 결국 나를 지키고, 내 존엄과 자존감을 지켜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더 큰 상황이나 좋은 순간이 찾아왔을 때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 장태영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을 찾으려고 했어요. 박태영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도 결국 지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박태영을 다시 만났을 때 오히려 고요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분노라고 단정할 수 없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이 같은 해석은 후반부 연기에서도 이어졌다. 배신과 복수를 거치며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이지만, 변요한은 장태영을 연기하면서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감정을 터뜨리는 선택을 경계했다.


“연기적으로 보면 쏟아낼 수 있는 게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컨트롤다운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순간 관객에게 큰 자극이나 재미를 주지 못하더라도, 인물 전체를 놓고 보면 그 감정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봤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장태영이 정말 분노한 걸까, 아니면 이미 흘려보낸 걸까?’라는 생각이 남았으면 했거든요. 거기서 제가 감정을 다 쏟아내버리면 너무 명확한 마침표를 찍게 되잖아요. 그래서 절제하는 쪽을 택했어요. 저한테도 도전이었어요.”



변요한 ⓒCJ ENM

연기만큼 익숙해져야 했던 것이 홀덤이었다. 전작에서 화투가 승부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홀덤 테이블에서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전이 펼쳐진다. 카드를 다루는 기술부터 테이블 위 움직임까지 새로 익혀야 했다.


“처음에는 소재가 홀덤이니까 ‘이걸 어디서 어떻게 쳐야 하지?’ 싶었어요. 홀덤을 제대로 배운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좋은 자문 선생님들을 만나서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손기술도 몇 달 동안 배웠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많이 걷어내셨더라고요.(웃음) 선수들과 자문 선생님을 만나 연습하면서 사랑이나 야망, 질투 같은 감정이 한 테이블 안에서, 한 게임마다 계속 변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상대방의 작은 행동만으로도요. 기존 시리즈에서는 패에 따른 상황을 대사로 풀어낸 부분이 많았다면, 저희는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나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장태영에게 닥치는 변화는 외형에도 반영됐다. 극 초반과 베트남에서 돌아온 이후의 상태를 구분하기 위해 촬영 과정에서 체중과 몸 상태를 달리 가져갔다. 짧은 시간 안에 변화를 만들어야 했던 만큼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몸을 두 번 바꿔야 했어요. 초반에는 잘 먹고 잘살면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장태영이 있고, 베트남에 버려진 뒤에는 훨씬 강인해진 모습이 필요했어요. 육체적으로 차이를 보여주려고 감량하고 운동했어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그냥 저를 갈아 넣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저혈당 쇼크가 와서 응급실에도 한 번 실려 갔어요. 그런데 그런 시간도 결국 장태영과 제가 함께 겪은 시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캐릭터를 만드는 데 그런 간접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살아야 하니까 지금은 다시 몸을 바꿨습니다.(웃음)”


장태영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상대가 박태영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오랜 친구로 출발하지만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지나면서 관계가 뒤틀린다. 박태영 역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존재감을 넓혀온 노재원이 맡았다.


“노재원 씨는 정말 좋았어요.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가만히 있어도 보이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우예요. 얼마나 연기를 진심으로 대하는지도 알고 있었고요. 순수하게 연기를 좋아하는 친구라 저도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현장에서 12시간씩 같이 있으면 지겹기도 하고 지독하기도 한데, 결국 그걸 감동으로 만들어내는 친구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영광이었어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친 뒤에는 작품을 평가하는 몫을 관객에게 돌렸다.


“점수는 관객분들이 매겨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팀이 바랐던 건 ‘타짜 시리즈는 다 재미있다’고 연결될 수 있게 만드는 거였어요. 작품마다 색깔은 다르지만 각각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마지막이니까 문을 잘 닫아야 하잖아요.”


변요한은 최근 ‘경주기행’을 비롯해 크고 작은 작품을 가리지 않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준익 감독의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에도 이름을 올렸다. 작품의 규모나 형식보다 배우로서 필요한 자리가 있다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저는 그냥 제 리듬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작품들의 개봉 시기가 겹치면서 감사하게 관객들을 자주 만나게 된 거고요. 배우라는 직업은 그냥 부르면 뛰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이것만 해야지’ 하면서 스스로를 어디에 가두기보다는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고 싶어요. 그래야 저도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더 많은 캐릭터를 만나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활동의 폭을 열어두면서도 최근에는 유독 영화 작업이 이어졌다. 변요한이 영화에 집중한 데에는 극장과 관객을 향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 시기였던 건 사실이에요. 뭔가를 드러내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저는 정말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배우로서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극장이 너무 좋아요. 그 극장에 많은 분이 들어와 주셨으면 좋겠고, 거기에서 영감도 얻고 낭만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서 극장을 선택한 거예요. 제가 잘하면 또 선택받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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