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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도 부모 안 찾던 자식, 그래도 상속?…달라진 상속법 짚어보니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9.24 05:00
수정 2026.09.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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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연락 단절·부양 소홀만으로 상속권 상실 인정되기 어려워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범죄·심히 부당한 대우 땐 가정법원 판단

실제 부양·재산 형성 기여도도 상속분쟁의 주요 판단 요소로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추석 명절이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지만, 상속 문제를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은 오히려 명절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평소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았거나 오랫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은 자녀가 부모 사망 이후 상속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불효 자녀'의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3월17일부터 개정 민법이 시행되면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피상속인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자신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자신 또는 배우자·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유언이 없더라도 다른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해당 행위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등을 종합해 상속권을 잃게 할지 판단한다. 즉 부모와 연락을 끊었다거나 평소 왕래가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상속권이 사라지는 구조는 아니다.


이번 제도는 2024년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에 대해 내린 결정과도 맞물려 있다. 헌재는 당시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한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는 한편,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의 유류분에 상속권 상실 사유를 두지 않은 부분과 기여분을 유류분에 반영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개정 민법은 이에 따라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의 상속권을 가정법원이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대가로 이뤄진 증여나 유증은 유류분 산정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고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기존 상속제도가 혈연관계와 법정상속분을 중심으로 작동했다면 실제 가족관계와 기여 정도를 상속 분쟁에 반영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실제 법원에서도 부모를 장기간 부양하지 않은 자녀와 부모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 사이의 갈등이 법적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유류분 반환을 둘러싼 사건에서 망인을 장기간 유기해 부양의무를 저버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사건을 다뤘다. 개정 민법에 따라 유류분 상실사유와 기여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또한 수원고법은 지난 7월 부모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한 자녀에게 이뤄진 보상적 증여·유증을 유류분 산정 과정에서 일부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재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부양과 재산 형성 과정에서의 기여가 상속분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단순히 기여도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을 빼앗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연락을 하지 않았거나 명절에 부모를 찾아뵙지 않았다는 사정과 법에서 정한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상속권 상실 여부는 구체적인 부양관계와 행위의 정도, 가족관계 등을 토대로 가정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결국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상속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더라도 단순한 감정적 갈등과 법적으로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오랜 기간 부모를 실제로 부양한 자녀가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면 그 과정 역시 향후 상속분쟁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김희란 법무법인 대운 변호사는 "부모를 찾아가지 않았다거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상속에서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모를 학대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법상 방임·유기에 해당할 정도로 방치한 경우처럼 상속권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 될 정도의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권 상실 사유가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앞으로 판례가 쌓이면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형성될 것"이라며 "상속권은 원칙적으로 보호되는 권리인 만큼 이를 배제하는 요건은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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