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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 문조털래유·윤어게인 '빙의'는 자제하세요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6.09.24 04:00
수정 2026.09.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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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쟁에 한바탕 시끄러울 우리네 추석 풍경

'밥상머리 민심'도 좋지만, 감정 상하는 설전 자제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거 봐, 윤석열이 옳았다니까. 김승원이도 그렇고, 용혜인이도 그렇고, 뽑는 놈마다 제대로 된 놈이 어디 있어. 싹 뒤집어엎었어야 돼.”


추석을 앞두고 본가에 모인 일가친척이 거실에 둘러 앉자 ‘좌장’인 할아버지가 화두를 던집니다.


“주식시장이니, 부동산이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나. 이게 다 부정선거 세력들이 망쳐놓은...”


일장연설이 이어지려던 찰나, 막내 고모가 말을 끊고 끼어듭니다.


“또 그놈의 윤어게인 타령이에요? 그땐 뭘 그렇게 잘했다고 그래. 아니 까놓고 말해 지금 수출 잘되지, 경제성장률 높지,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 뭘 얼마나 더 잘해요.”


젊은 시절 학생운동 좀 하셨다는 큰아버지도 지원사격에 나섭니다.


“그렇지. 코스피 지수가 아직 7000인데, 윤석열 때의 두 배를 넘잖아. 부동산 투기로 몰렸던 돈을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한 건데 그런 건 인정해 줘야지.”


이번엔 작은아버지가 할아버지 편에 섭니다.


“아니, 수출이나 경제성장률은 반도체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거고, 그놈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도입해서 주식시장 난장판 만들어 놨는데 잘하긴 뭘 잘해요. 형님네 첫째도 주식 잘못 들어갔다 결혼자금까지 다 날려 먹었잖수.”


졸지에 큰아버지의 약점이 된 사회초년생 사촌형은 먼 산을 바라봅니다. 여기 괜히 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머, 너 집도 월세 산다며 결혼자금까지 날려 먹었어? 장가는 어떻게 가려고 그래?”


큰고모가 사촌형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한마디 합니다. 진짜 안쓰러워서 그러는 것도 같았지만 큰고모를 바라보는 큰어머니의 시선에서 살기가 느껴집니다. ‘말리는 시누이’가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가 이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우리 애는 취직이라도 했지, 동서네 첫째는 졸업한 지 꽤 됐는데 취직이 안 돼 어쩐대?”


큰어머니의 폭탄 돌리기에 졸지에 우리 집으로 불똥이 튑니다. 3년째 취준생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의 시선도 먼 산으로 향합니다. 여기 온 걸 후회하는 사람 한 명 추가요!


그나마 우리 부모님은 참전을 자제해 다행입니다. 또 정치 얘기 가지고 싸울 거면 안 내려가고 혼자 집에 있겠다고 한 엄포가 통했나 봅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첫째네 큰놈은 주식으로 돈 날려 먹고, 둘째네 큰놈은 취직도 못하고. 요즘 집값 오르는 거 봐라 내 집 마련 꿈이나 꾸겠나. 전세도 어마무시하다더라. 그 민주당 어떤 놈 말대로 다 부서진 버스에서 살래? 이게 이재명이 1년 사이에 벌인 일이야.”


할아버지가 다시 화제를 정치 쪽으로 끌어가니 작은아버지가 추임새를 넣습니다.


“오로지 관심이라고는 퇴임 후 감옥 안 가려고 검찰 폐족시키고 공소취소법 만들 궁리나 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이 모양이죠. 이 와중에 연임이 말이 돼?”


막내 고모가 발끈합니다.


“연임은 안 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정치검찰이 그동안 표적수사 한 걸로 무고한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데 그것들을 그대로 둬요?”


“조국이 무고하냐? 김승원이 무고해? 니들은 나쁜 짓을 해 놓고 나쁜 짓 한 걸 밝혀 낸 사람 원망하는 게 가장 큰 문제야.”


막내 고모와 작은아버지의 설전 와중에 그동안 조용히 있던 작은어머니가 참전합니다.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맡긴 사람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될 때마다 검찰청 캐비닛이 열리는 이유는 뭘까요.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의 열망에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적폐 세력의 발악 아닌가요?”


이런, 부부싸움으로 비화하는 건가. 그나저나, 작은어머니와 막내 고모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한 편을 먹다니 의외입니다.


“경찰 맨날 사고 치는 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동네에서 형동생 하는 놈들 봐주기 수사나 하고, 실종자 신고 들어와도 귀찮다고 덮어버리고, 맨날 음주운전에, 성추문에...이제 검찰 사라지고 보완수사권도 날아가면 경찰만 믿고 어떻게 사냐.”


“지지율을 봐라. 여론조사 때마다 떨어지잖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 거야. 잘하는지 잘못하는지.”


작은아버지와 할아버지의 2연타에 막내 고모가 다시 맞섭니다.


“아니, 윤석열은 지지율 10%대도 나왔는데 30%대면 양반이지 뭘 그래요?”


작은어머니도 한마디 거듭니다.


“지지율 떨어진 걸 외면하면 안되죠. 그놈의 구조적 다수론이니 외연 확장이니 타령 하다가 검찰 개혁을 망설이고 코어 지지층을 밀어낸 탓인데. 뉴이재명에 집착하다 큰 코 다친다니까요.”


아, 거드는 게 아니었군요. 역시 올케와 시누이는 한 편이 되기 힘든가 봅니다. 같은 왼쪽끼리도 편이 나눠진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왼쪽 진영의 내분을 작은아버지가 파고듭니다.


“한동훈 아니었으면 오빠 소리 듣고 청탁이나 넣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뽑았을 텐데, 지금도 한동훈만 공격하는 것 봐라. 저러니 지지율이 떨어지지.”


어라, 이번엔 작은아버지와 한 편에 섰던 할아버지가 발끈하고 나섭니다.


“한동훈이 잘하긴 뭘 잘해. 지 키워준 대통령 배신하고 쫓겨났는데. 선거 때 방해나 하고 말이야.”


같은 오른쪽끼리도 편이 나눠지는군요.


“서울 사는 애들은 올림픽공원에 가봐. 거기 가서 장동혁한테 힘을 실어주고 부정선거 세력 끝장을 내야...”


할아버지의 가스라이팅과 막내 고모의 반항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지겠구나 하던 차에, 너무 감사하게도 진압군이 등장합니다.


“아니, 당신은 맨날 방구석에서 유튜브만 보더니 자식 손주들 모아 놓고 거기서 나온 얘길 그대로 읊어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와서 전이나 부쳐요.”


할머니의 호통 한 방에 네 패로 나뉘어 벌어지던 집안 싸움은 놀랍도록 간단히 진압됩니다. 할아버지를 필두로 어른들이 모두 일어나 자신의 담당구역으로 이동합니다. 음식 준비는 다같이 해야죠.


할아버지는 이대로 말문이 막힌 게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갈릴레오 갈릴레이로 빙의해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십니다.


“그래도 김승원, 용혜인은 너무했어.”


#시니컬한 사춘기 소년의 시각을 빌려 가상의 어느 가정의 추석 풍경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봤습니다.


설이나 추석 명절에 일가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 얘기가 빠질 수는 없습니다. 나이나 계층별로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앞세워 설전도 벌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추석 밥상머리 민심’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정부와 각 정당도 이런 밥상머리 민심을 고려해 명절을 앞두고는 크게 욕먹을 짓은 벌이지 않습니다.


이번엔 정부와 여당이 개각 인사참사라는 대형 사고를 쳐놨으니 추석 연휴 내내 전국 곳곳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자신의 주장만 펼치지 말고, 특정 정치인에 빙의했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입 말고, 나와 다른 주장을 듣더라도 적당히 웃어 넘기는 미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로 좋자고 그 고생들을 해가며 모인 자리 아닙니까. 다들 풍요롭고 따뜻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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