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니까' 봐주지 않는다…음주운전 형량 갈리는 기준은
입력 2026.09.22 17:06
수정 2026.09.22 17:15
"명절·가족 술자리 감경 사유 안 돼"…재범·위험운전 중형
명절기간 음주단속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는 경우도 많아
대법 양형위 '술타기' 기준 신설…10년 내 재범도 엄격하게
서초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서초나들목(IC) 인근에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26.07.31.ⓒ뉴시스
추석 연휴 술자리 뒤 운전대를 잡았다고 해서 법원이 별도의 사정을 참작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음주운전 사건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와 재범 여부는 물론 운전 당시의 위험성과 사고 발생 여부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형량을 정한다. 같은 음주운전이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벌금형부터 실형까지 선고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이유다.
추석 연휴에는 평소보다 차량 이동이 늘고 가족·지인 모임도 잦아진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최근 5년간(2021~2025년) 추석 연휴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음주운전 사고 비중은 8.7%로 전체 기간 6.5%보다 2.2%포인트 높았다. 연휴 기간 교통사고 100건당 사상자도 165.8명으로 전체 기간 143.7명보다 15.4% 많았다.
이런 명절 음주운전이 재판으로 이어지면 법원은 술자리가 명절이었는지보다 운전 당시 상황을 따진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지 실제 운전 과정에서 위험성이 컸는지 사고가 발생했다면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함께 살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동종 전과와 운전으로 인한 위험성 등을 주요 양형 요소로 두고 있다. 고속도로 운행이나 주행거리가 매우 긴 경우는 위험성이 높은 운전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판결에서도 재범과 위험한 운전 행태가 형량을 가른다. 창원지법은 지난 6월 음주운전으로 14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60대 남성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혈중알코올농도 0.155% 상태에서 약 58㎞를 운전했다. 적발 당일 다시 혈중알코올농도 0.081% 상태로 약 8㎞를 운전했다.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는 등 사고 위험성이 컸고 적발 직후 다시 음주운전을 한 점도 실형 선고에 고려됐다.
재범에 사망사고까지 겹치면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올해 1월 음주운전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자전거 운전자를 숨지게 한 64세 남성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48%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중대한 결과와 동종범죄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점 등을 고려했다.
반면 명절이라는 사정 자체가 별도의 감경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양형기준에는 '명절'이나 '가족과의 술자리'가 감경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다. '범행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가 감경 요소로 포함돼 있지만 가족이 위독한 등 급박한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운전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웠거나 귀성길에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었다는 사정도 그 자체로 별도 감경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명절이라는 시기보다 혈중알코올농도와 재범 여부 운전 당시 위험성 사고와 피해 정도 등이 법원의 판단을 가르게 된다.
특히 명절에 이뤄지는 음주단속은 운전자가 불응하거나 도주하는 비율이 일반 음주단속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직 경찰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명절 연휴기간 음주 단속을 해 보면 '차례를 지내고 가족끼리 음복 한 잔 했는데 이것마저 단속하느냐'며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전방에서 음주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음주운전자가 포착했을 때, 교통 정체를 틈타 차를 세워둔 채 도보로 도주하는 사례도 심심치않게 나타난다"며 "이런 경우 공무집행방해까지 적용돼 가중처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2일 이른바 '술타기' 등 음주측정방해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음주측정거부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기본영역은 징역 8개월~2년 또는 벌금 700만~1500만원이다. 가중영역은 징역 1년6개월~4년이다.
10년 내 재범 음주운전 가운데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경우에는 기본영역에서 징역 1년6개월~3년6개월 또는 벌금 1200만~3000만원을 권고한다. 가중영역은 징역 2년6개월~4년6개월이다. 10년 내 재범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방해 범죄에서 최근 5년 내 동종 전과가 3회 이상이면 감경 사유가 있어도 징역형을 권고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