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베풀며 살아온 사람"…70대 여성, 마지막까지 생명 나누고 떠나
입력 2026.09.22 13:24
수정 2026.09.22 13:24
지주막하출혈로 뇌사…간 기증
기증자 강숙희 씨와 남편 정상빈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평생 자신보다 가족과 이웃을 먼저 챙겼던 70대 여성이 마지막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생명을 나눴다. 올해 추석에는 제사 대신 가족들과 저녁을 먹자던 약속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2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강숙희(78) 씨는 지난 7일 제주한라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을 기증했다.
강 씨는 지난달 19일 새벽 평소처럼 남편과 아침 운동을 준비하던 중 목이 뻣뻣하다고 호소한 뒤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지주막하출혈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던 강 씨의 삶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남편 정상빈 씨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뜻깊은 일"이라며 "늘 베풀며 살아온 사람이기에 마지막 순간까지도 누군가에게 베풀고 가는 것이 아내의 뜻에도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평생 살아온 강 씨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남편과 결혼해 1남 3녀를 키웠다. 가정을 돌보면서 보험설계사로 20여년간 일해 가계에도 힘을 보탰다.
가족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내주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검소하게 살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정이 많았다. 좋은 것이 생기면 혼자 갖기보다 이웃들과 나누기를 좋아했다. 40년 넘게 한 동네에서 살며 이웃들과 가족처럼 지냈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남편이 퇴직한 뒤에는 꽃을 가꾸고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을 즐겼다. 지난 5월에는 자녀, 손주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자랑할 만큼 좋아했고 다음에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 씨는 "결혼 생활 56년,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당신은 최고의 아내이자 최고의 어머니였다"며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누군가에게 생명을 이어주고 새 삶을 살게 한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