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회 에너지망’에 7조 원 쏟는다…"호르무즈 못 믿어"
입력 2026.09.22 10:02
수정 2026.09.22 10:02
美 50억 달러 출자 추진…중동 8개국과 총 100억 달러 기금 조성
전쟁 파괴된 송유관·정유시설 복구…호르무즈 의존도 낮추기
사우디·UAE 등 참여 논의…“종전 없는 재건은 위험” 우려도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 무스카트 항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봉쇄 위협에 노출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중동 산유국들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란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 시설을 복구하는 동시에 원유와 가스의 수송로를 다변화해 호르무즈의 전략적 영향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구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중동 당국자와 관련 문건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신뢰·건설 파트너십(Pact)’이라는 100억 달러 규모 기금 조성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먼저 50억 달러를 출자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이라크, 요르단 등 8개국에서 이에 상응하는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기금은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운용할 예정이다.
자금은 7개월간 이어진 이란 전쟁으로 파괴된 송유관과 정유시설, 가스 수출 터미널 등을 복구하고 새로운 에너지 수송망을 구축하는 데 투입될 전망이다. 특히 원유·가스가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대체 경로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호르무즈 봉쇄로 세계 에너지 공급이 흔들린 데다 최근에는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마저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기존 우회로 역시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계획은 아직 중동 국가들과 협의 중으로 조건이 바뀔 수 있고 8개국이 모두 참여할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 중동 당국자들은 이 구상이 호르무즈의 전략적 가치를 낮추고 이란에 맞선 결속을 보여주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란과 평화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시설부터 재건할 경우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다시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