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의실 안 ‘AI 조교’ 정체는…한기대가 제시한 미래 직업교육 현장
입력 2026.09.18 13:53
수정 2026.09.18 13:54
AI 학습분석실 연내 3곳→10곳
수업 후 보고서도 학생별 복습에 활용
학생 1인당 교육비 4608만원…전국 평균 2.5배
한국기술교육대는 AI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형 교육 시설인 ‘AI 학습분석실’을 선보였다. ⓒ한국기술교육대
강의실 뒤편 대형 화면에는 교수의 말이 문자로 표시되고, 말하는 속도와 학생들의 움직임이 그래프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이 수업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교수의 설명과 학생의 학습을 돕고 있었다.
17일 찾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다담미래학습관의 ‘AI 학습분석실’은 수업 중 쌓이는 데이터를 교수와 학생에게 되돌려주는 강의실이었다. 학생이 강의를 듣는 동안 교수도 자신의 설명 속도와 수업 진행 방식을 돌아볼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수업 중 바로 받는 AI 피드백…강의 분석부터 챗봇 질문까지
이곳의 특징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분석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교수의 말은 음성인식 기술을 거쳐 문자로 바뀐다. 어떤 핵심 단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말하는 속도가 어떤지도 분석 대상이다.
한기대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AI가 분석해서 그 결과를 수업 중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며 “실시간 분석과 사후 분석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제시한 ‘활동 분석’ 설명 화면에는 ‘학습자 움직임 수준’과 ‘키워드 발화 빈도 수’가 표시돼 있었다. 아래쪽에는 음성활동 수준과 분당 발화 단어 수 등을 보여주는 원형 지표가 배치됐다. 교수자는 이런 정보를 참고해 설명 속도와 수업 진행 방식을 조절할 수 있다.
학생용 컴퓨터에 모니터를 두 대씩 둔 데도 이유가 있다. 한쪽에는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띄우고, 다른 쪽에서는 실습을 진행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강의 자료를 확인하거나 챗봇에 질문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나면 관리자용, 교수자 수업성찰용, 학생 복습용 보고서가 생성된다. 기록은 AI 기반 학생 학습·성장지원 플랫폼 ‘K-LXP’와 연동된다. 수업 중 확인한 내용을 복습과 다음 수업 설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기대는 2024년 2학기 4개 교과목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공학·인문·교양 분야의 10여 개 교과목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현재 3곳인 AI 학습분석실은 올해 안에 7곳을 추가해 총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변해원 한기대 미래융합학부 교수는 “학생들의 성취도와 활동 로그 데이터를 다음 수업 설계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의 일방향적 지식 전달을 넘어선 쌍방향 맞춤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기대 스마트러닝팩토리에 설치된 로봇 팔과 이송 설비. ⓒ데일리안 김성웅 기자
로봇 팔부터 검사·포장까지…교내에 들어온 제조 현장
스마트러닝팩토리에는 공장의 제조 공정을 배울 수 있는 설비가 모여 있었다. 투명 보호벽 안에는 관절이 여러 개인 로봇 팔이 설치돼 있었다. 설비 사이로 이송 장치가 이어졌고, 뒤편 대형 화면에는 공정별 영상과 장비 상태가 표시됐다.
로봇 팔로 물건을 집어 옮기는 구역과 검사·포장 구역, 완성품과 원자재를 보관하는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제어 장치에 명령을 입력하고 로봇이 이를 수행하는 과정이 교육 소재가 된다.
한기대 관계자는 “스마트 공장에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 기술들을 결합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시스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설비 데이터를 가상 환경과 연결해 상태를 확인하는 교육도 이뤄진다. 학부생과 기업 재직자, 직업훈련 교사 등이 교육 대상이다. 개별 장비의 기능과 함께 제조 현장에서 여러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우는 공간이었다.
한기대 로봇 연구 공간에서 로봇이 수건으로 탁자를 닦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웅 기자
묵직한 악력…분무기 쥐고 탁자 닦는 로봇
이어 찾은 곳에는 검은 천을 배경으로 사람의 상체를 닮은 로봇이 서 있었다. 흰색 외장을 두른 양팔 끝에는 손가락과 관절 구조가 드러난 손이 달렸다.
직접 로봇 손을 잡아보니 예상보다 묵직한 악력에 놀랐다. 손을 쥐는 힘이 분명하게 전해졌다. 연구진은 잡는 힘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힘을 가했을 때 로봇 관절이 그에 따라 움직이는 ‘역구동성’도 강조했다.
탁자를 앞에 둔 로봇은 분무기를 쥐고 물을 뿌렸다. 이어 수건에 손을 올려 탁자를 닦았다. 사람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로봇 손으로 다루는 모습이었다. 연구진은 사람의 손에 맞춰진 도구를 활용하려면 로봇 손도 충분한 움직임을 구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밀한 작업을 위한 개발도 진행 중이었다. 연구진은 바늘을 잡는 수준의 작업을 목표로 제시했다. 원격 조작 장비와 로봇의 움직임을 맞추는 과정에서는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한기대 메타스튜디오의 3D 스캔 장비. 여러 방향에 배치된 카메라와 조명이 중앙의 피사체를 둘러싸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웅 기자
피사체 둘러싼 카메라…작업 동작을 입체 교육 콘텐츠로
마지막 방문지는 사람과 사물의 모습을 입체 데이터로 만드는 메타스튜디오였다. 금속 틀을 따라 여러 높이로 설치된 카메라들이 중앙을 향하고 있었다. 카메라 사이에는 커다란 조명이 배치됐고, 중앙에는 기계 부품 모형이 놓여 있었다.
한기대 관계자는 “이러닝·가상훈련·메타버스 콘텐츠에 필요한 3D 모델링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구축됐다”며 “직업훈련기관이나 특성화고 등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교육에 활용하고자 할 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D 스캔 장비는 여러 방향에서 피사체를 동시에 촬영한다. 사진은 3D 모델로 변환해 가상 훈련에 활용하거나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다. 별도의 볼류메트릭 스튜디오는 사람이나 장비의 움직임을 입체 콘텐츠로 만드는 공간이다.
기업에서 전공 실무…취업률 82.8%로 전국 1위
첨단 교육시설을 뒷받침하는 것은 현장 중심 교육 체계다. 한기대는 이론과 실험·실습을 5대 5로 편성하고 졸업연구작품 제작을 의무화했다. 학생들이 기업에서 4~10개월간 전공 실무를 수행하는 장기현장실습 ‘IPP’도 운영한다.
2025년 공시 취업률은 82.8%로 졸업생 500명 이상인 전국 4년제 일반대학 중 1위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4608만원으로 전국 대학 평균인 1833만원의 약 2.5배다.
유길상 한기대 총장은 “높은 취업률과 수시 경쟁률은 현장 중심 교육 체계와 학생 1인당 아낌없는 투자가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AI·디지털 대전환기 속에서 연간 45만 명 이상을 교육하는 평생직업능력개발 허브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 국가 산업 발전과 일자리 안전망 구축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