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값 못하는 스테이블코인…JPYC 76% '급락'
입력 2026.09.19 07:00
수정 2026.09.19 07:00
상장 직후 글로벌 시세 3배 웃돌다 하루 만에 76% '뚝'
유통량·상환 접근성·시장조성자 부족에 가격 괴리 확대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가 국내 거래소 상장 직후 유동성 부족과 차익거래 제약으로 기준가치의 3배 넘게 급등했다가 하루 만에 76% 급락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1엔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 제이피와이코인(JPYC)이 국내 거래소 상장 직후 37.6원까지 치솟았다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8원대로 내려왔다.
준비자산이나 상환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제한된 물량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거래가격만 기준가치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번 사례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에 준비자산뿐 아니라 충분한 유통량과 원활한 발행·상환, 차익거래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1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JPYC는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8.93원에 거래됐다.
업비트는 지난 17일 오후 6시 JPYC 거래 지원을 시작했다. JPYC는 거래 개시 직후 35.7원까지 급등했고, 당일 고가는 37.6원을 기록했다.
당시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JPYC가 약 9.65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업비트 가격은 글로벌 시세의 3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가격은 상장 당일 밤부터 빠르게 하락해 18일 오전 8원대로 내려왔다. 고점인 37.6원과 비교하면 약 76% 떨어진 수준이다.
1엔 가치, 가격은 3배
JPYC는 준비자산을 바탕으로 1개를 1엔에 상환해주는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러나 발행사가 보장하는 것은 상환가치로, 거래소에서 형성되는 시장가격까지 항상 1엔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JPYC가 1엔의 가치를 보장한다는 것은 전체 발행량에 대응하는 준비자산과 상환 구조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거래소 가격은 매수·매도 주문에 따라 결정된다. 팔려는 물량보다 사려는 수요가 많으면 1엔보다 비싸지고, 반대로 매도 물량이 몰리면 기준가치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결국 상장 직후 일부 투자자는 1엔으로 상환되는 JPYC를 35원 넘게 주고 산 셈이다.
JPYC 자체의 가치가 3배 이상 오른 것이 아니라 제한된 물량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높은 웃돈이 붙은 것이다.
가격 괴리 키운 유동성
상장 초기 JPYC를 업비트로 옮길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이었던 점도 가격 차이가 빠르게 해소되지 않은 배경으로 거론된다.
JPYC가 업비트에서 35원, 외부 시장에서 9원대에 거래됐다면 외부에서 JPYC를 사서 업비트로 옮겨 파는 것만으로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거래가 늘어나면 업비트의 매도 물량이 많아져 가격도 1엔 수준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거래 개시 당시 업비트가 지원한 입출금 네트워크는 이더리움뿐이었다.
업비트는 거래 지원을 시작한 뒤인 17일 오후 7시 23분 카이아와 폴리곤 네트워크를 통한 입금 서비스를 추가로 열었다.
거래소마다 보유한 물량이 다른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다만 상장 초기에는 외부 물량을 업비트로 옮길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한정돼 있었던 만큼, 다른 시장과의 가격 차이를 줄여줄 JPYC가 들어오는 속도도 더뎠을 가능성이 있다.
JPYC 발행 과정에서도 일시적인 차질이 발생했다. JPYC 측은 가격 급등 당일 시스템 장애로 이더리움과 폴리곤 네트워크의 발행 예약을 중단했다가 순차적으로 복구했다.
가격 차이가 발생했을 때 새로운 JPYC를 발행하거나 외부 물량을 거래소로 옮기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높은 가격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고점 매수자만 76% 손실
문제는 가격이 1엔 수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상장 직후 JPYC를 비싸게 산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준자산에 맞춰 가격이 수렴하도록 설계돼 있다.
JPYC를 35원에 매수하더라도 상환가치는 원칙적으로 1엔인 만큼 가격이 안정될수록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의 손실은 커진다.
이 같은 가격 괴리를 빠르게 줄이려면 매수·매도 물량을 공급하는 시장조성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금융기관과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제한된 데다 시장조성자의 활동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도 미비하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만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민승 디지털엑스 리서치센터장은 “유통량이 적고 상환 접근성이 제한된 점이 궁극적으로 가격 괴리를 유발할 수 있다”며 “국내 거래소에서 가격 괴리가 발생한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시장조성자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준비자산과 상환 구조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더라도 거래가격의 급등락이 반복되면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엔화 스테이블코인은 엔화에 연동된다는 점이 신뢰의 근간”이라며 “이 같은 가격 괴리가 반복되면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