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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연구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정공 전달 물질 새롭게 설계

수원 = 최규원 기자 (gyuwon@dailian.co.kr)
입력 2026.09.17 15:10
수정 2026.09.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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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이미지.ⓒ아주대학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를 분자 수준에서 새롭게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별도의 첨가제 없이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데다 장기 안정성도 우수해 여러 형태의 미래형 태양전지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아주대학교는 이준우·김종현 교수팀(응용화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정공 전달 물질을 새롭게 설계해 기존 물질 대비 향상된 성능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3차 아릴 아민형 고분자의 카복실산 곁사슬 도입을 통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 및 안정성 향상(Tailoring buried interfaces for robust and efficient perovskite photovoltaics with carboxylic acid-functionalized PTAA)’이라는 제목으로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9월호에 게재됐다.


아주대 응용화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이준우·김종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한국화학연구원(KRICT) 광에너지연구센터 김찬혁 연구원과 아주대 석사과정 정재우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erovskite Solar Cell, PSC)는 결정 구조를 광흡수층으로 활용해 빛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차세대 태양전지다.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제조 공정이 간단하고 경제적이며,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얇은 두께로도 높은 광전변환 효율을 보인다. 더불어 얇고 유연하게 구현이 가능해 여러 형태의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여러 기능을 가진 층을 쌓아서 만드는데 그 중 정공전달층(Hole Transport Layer, HTL)은 빛으로 생성된 전하를 밖으로 빼내는 통로인 동시에, 역구조형 소자의 경우 그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자라날 바닥의 역할을 한다. 이 층에 쓰이는 정공 전달 물질은 전하를 잘 나르는 능력과 함께 위층과 잘 맞물리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표준 정공 전달 물질로 쓰이는 PTAA는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용액 공정이 간편해 그동안 널리 채택 돼왔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가 한계로 남아 있었다. 먼저, 고분자 사슬 사이로 전하가 잘 건너가지 못해 전도도가 낮다. 이러한 문제점을 상쇄하기 위해 리튬염 계열 첨가제(도판트)를 섞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이 첨가제는 소자 안에서 이온 상태로 이동하며 장기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PTAA 표면은 화학적으로 무반응성이며 기름종이처럼 물을 밀어낸다. 그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을 부으면 고르게 퍼지지 않아, 두 층이 맞닿는 아래쪽 접촉면(묻힌 계면, buried interface)에 빈틈과 결함이 남는다. 이 면은 소자 내부에 감춰져 있어 완성 후에는 손댈 수 없다. 즉 PTAA는 첨가제로 가려 온 전도도와, 애초에 첨가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계면 불량이라는 두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연구이미지.ⓒ아주대학교 제공

아주대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TAA의 기능을 분리해 단계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연구팀은 먼저, PTAA 골격에 알킬 곁사슬을 가진 카바졸 단위를 소량 도입한 Cz-PTAA를 합성했다. 카바졸은 고분자 사슬이 서로 겹쳐 쌓이는 방식을 정돈해, 사슬과 사슬 사이로 전하가 건너뛸 수 있는 경로를 만든다. 그 결과 첨가제 없이도 정공 이동도가 기존 PTAA 보다 향상됐다.


이어 연구팀은 같은 카바졸 단위의 곁사슬 끝에 카복실산 작용기를 매단 CA-PTAA를 설계했다. 고분자 뼈대는 그대로 두고 곁가지 말단만 바꾼 구조로, 벌크 물성은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표면의 화학적 성격만 선택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물을 밀어내고 섞이지 않던 표면(소수성)이 물과 잘 섞일 수 있도록(친수성) 바뀌어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이 잘 퍼지게 되었고, 카복실산이 페로브스카이트 속 납 이온(Pb2+)과 직접 결합해 전하가 붙잡히는 원인이 되는 계면 결함을 해결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새로 설계한 CA-PTAA를 적용한 소자는 첨가제 없이 22.8%의 광전변환 효율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 무도핑 정공전달물질들과 비교해 상당히 앞선 수준이다. 새로운 소자에서는 또한 태양전지의 효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단락전류밀도와 충전율도 함께 올라갔다. 더불어 소자별 성능 편차와 이력현상은 크게 줄어 같은 조건의 태양전지를 여러 개 만들어도 신뢰성 있게 성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곧 소자의 재현성이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새로운 소재에서는 장기 안정성도 함께 확보됐다. CA-PTAA는 상온·상대습도 15% 조건에서 2300시간 보관한 뒤에도 초기 효율의 33%를 유지해 기존 PTAA(34%)와 동등한 수명을 보였다. 표면이 친수성으로 바뀌면 통상 습기에 취약해지지만, 카복실산-납 이온 결합이 계면을 잠가주면서 이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65℃·상대습도 30%의 가속 조건에서는 160시간 후 효율 41%를 유지해 기존 PTAA(27%)를 앞섰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광대역 밴드갭 페로브스카이트에도 적용해 18.3%의 효율(기존 PTAA 17.3%)을 얻어, 조성이 다른 페로브스카이트에도 설계 원리가 통용됨을 확인했다. 이는 탠덤 태양전지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탠덤 태양전지란 기존 실리콘 계열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로, 실리콘 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쌓는 구조다.


아주대 이준우 교수는 "정공전달 고분자는 전하를 나르는 역할과 페로브스카이트가 자라날 바닥을 제공하는 역할을 동시에 맡지만, 그동안 두 기능을 한 소재 안에서 함께 설계·구현한 사례는 드물었다"며 "카바졸로 벌크 전달을, 카복실산으로 계면 결합을 담당하게 한 이번 설계는 두 기능을 분리해 다루면서도 하나의 고분자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자 뼈대를 바꾸지 않고 곁가지만 조정하는 방식이라 기존 PTAA의 공정 편의성과 안정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라며 "다양한 조성의 페로브스카이트와 대면적 공정, 탠덤 소자로 확장가능한 소재 설계 원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2D-GIWAXS 측정은 포항가속기연구소(PAL) 9A 빔라인에서 진행됐다.

최규원 기자 (cg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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