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 챙기려 감옥행…아이유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 [MV 리플레이 (51)]
입력 2026.09.16 13:44
수정 2026.09.16 13:44
‘유인나에게’ 바친 노래…김영옥·나문희가 그린 오래된 우정
책상 받치던 돌부터 보건실 케이크까지, 엉뚱한 생일 축하
빈 창문으로 날아간 돌…경찰 아이유·심달기도 동참한 장난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친구의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 감옥에 들어간다. 당직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친구를 만나러, 일부러 파출소 유리창을 깨고 수갑까지 찬다. 아이유의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Dear my crazy soulmate)는 이 별난 생일 축하를 통해 서로의 엉뚱함까지 받아주는 우정을 그린다.
아이유가 지난 10일 발매한 디지털 싱글 ‘이 별로부터’에는 동명의 곡과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가 더블 타이틀곡으로 담겼다. 직접 가사를 쓴 아이유는 이 곡 소개에 ‘유인나에게’라는 다섯 글자를 남겼다. 오랜 친구에게 보내는 노래의 주인공으로는 배우 김영옥과 나문희가 나섰다. 함께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이 두 배우의 얼굴을 통해 펼쳐진다.
ⓒ아이유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 뮤직비디오
줄거리
화면은 ‘생일 축하해 문희’라는 글자가 적힌 케이크로 시작한다. 김영옥은 친구 나문희의 생일을 준비하지만 교도관으로 일하는 나문희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당직이 바뀌어 약속에 나갈 수 없으니 축하는 나중에 하자는 연락이다.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 전화를 받은 김영옥은 기울어진 책상을 돌로 받쳐두지만 곧 그 돌을 다시 빼낸다. 그 돌을 들고 향한 곳은 파출소다. 아이유와 심달기가 경찰로 근무하는 파출소의 유리창을 깨뜨린 그는 두 손목을 내민다. 수갑을 채워달라는 뜻이다.
김영옥의 계획은 성공한다. 케이크와 함께 ‘내가 왔지롱’이라고 적힌 포스트잇이 나문희에게 친구의 방문을 알린다. 교도소에 들어온 김영옥은 요리를 배우고 나문희는 밀가루를 뿌려주며 곁에서 돕는다.
그러나 김영옥의 장난은 작은 소동으로 이어진다. 잠든 다른 수감자를 놀리다가 싸움이 벌어지고 김영옥은 머리를 얻어맞는다. 이후 보건실에 자리 잡은 두 친구는 케이크를 먹고 차를 마시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미뤄질 뻔했던 생일파티가 뜻밖의 장소에서 열린다.
다른 교도관이 부르자 김영옥은 다시 수감 공간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지나 그는 출소하고 나문희는 친구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허전해한다.
파출소에서는 아이유와 심달기가 깨진 창문을 고치고 있다. 그 앞에 김영옥이 다시 나타나 돌을 들어 보인다. 자신을 또 붙잡아가라는 뜻을 알아챈 두 경찰은 돌을 던지라는 몸짓으로 화답한다. 김영옥이 유리가 없는 빈 창문 사이로 돌을 던지며 이야기는 끝난다.
ⓒ아이유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 뮤직비디오
해석
도입부의 케이크는 이 이야기의 목적을 처음부터 알려준다. 김영옥이 벌이는 소동은 친구의 생일을 함께 보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체포와 수감, 다른 수감자와의 다툼까지 이어지지만 그가 바라던 것은 나문희와 마주 앉아 케이크를 나누는 시간이다. 행동의 요란함과 바람의 소박함 사이에서 웃음과 애틋함이 함께 생긴다.
나문희도 친구의 계획에 함께한다. 요리를 배우는 김영옥에게 밀가루를 뿌려주고 보건실에서는 케이크와 차를 나눈다. 한 사람이 사고를 치고 다른 한 사람이 그 마음을 알아주는 관계다. “넌 내 앞에선 평생 이상해도 돼”라는 가사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안도감을 설명한다.
출소 뒤 남겨진 나문희의 모습은 앞선 웃음에 그리움을 더한다. 함께 지내던 친구가 떠나자 빈자리가 생긴다. 김영옥 역시 같은 마음으로 다시 파출소를 찾아가는데, 마지막에는 창문에 유리조차 없고 경찰들도 돌을 던지라고 응원한다. 이제 돌팔매질은 재회를 위한 약속처럼 보인다. 친구를 만나려던 한 사람의 엉뚱함에 주변 인물들까지 동참하면서 노래가 말하는 다정함이 화면 전체로 번진다.
ⓒ아이유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 뮤직비디오
총평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는 “같이 이상한 gramma 둘이 되는 게 꿈이야”라는 노랫말을 김영옥과 나문희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생일을 챙기고, 장난을 주고받고,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어지는 관계가 계속된다는 뜻이다. 노년의 두 여성은 직접 사건을 일으키고 서로를 찾아가며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한다.
실제로 김영옥과 나문희는 1961년 MBC 성우로 만나 60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다. 두 사람이 쌓아온 시간이 캐스팅에 설득력을 더한다. 아이유가 유인나에게 보내는 노래 위로 또 다른 두 친구의 오랜 우정이 겹쳐지면서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편집 역시 소품과 상황의 반복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도입부의 생일 케이크는 보건실에서 나누는 축하로 이어지고 책상 밑에서 꺼낸 돌은 첫 체포와 마지막 재방문을 연결한다. 처음과 끝에 놓인 비슷한 행동 사이로 두 친구의 사연을 채워 넣어 마지막 돌팔매질을 웃으며 받아들이게 한다.
아이유와 심달기가 연기한 경찰들의 반응도 이 흐름을 받친다. 창문이 깨진 상황을 함께 마주한 두 사람은 끝내 김영옥의 방문을 응원한다. 친구와 함께라면 평생 조금 이상해도 괜찮다는 노래의 마음이 인물들의 행동으로 전달되는 순간이다.
한줄평
같이 늙고, 같이 사고 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