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차려놨는데 왜 배가 부르지"…단순 건망증과 다른 '치매 신호' [김효경의 데일리 헬스]
입력 2026.09.15 06:00
수정 2026.09.15 06:00
65세 이상 치매 환자 올해 100만명 돌파 전망
경도인지장애도 300만명 육박…치매 진행 위험 높아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입에 조기 진단 중요성↑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9월 21일은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치매 극복의 날’이다. 올해는 국내 치매 환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도 국내에 도입되면서 치매를 보다 일찍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97만명으로, 올해 처음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인구의 약 9.25%가 치매를 앓는 셈이다.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2025년 약 298만명에서 2033년에는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는 기억력과 판단력, 언어능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통칭한다. 여러 질환이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하며,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등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인지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아직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최근 치료 환경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레카네맙 등의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다. 다만 이러한 치료제는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병 단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치료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헌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치매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지금, 치매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치매로 넘어가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중요하게 꼽힌다. 기억력이나 언어능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객관적으로 저하돼 있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비교적 유지돼 아직 치매로 진단되지는 않는 상태다. 이때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면 치매로 진행되는 시기를 늦추거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경도인지장애가 곧 치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상인보다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단순 건망증과 혼동하기 쉽지만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잊었던 내용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경도인지장애는 힌트를 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약속 자체를 잊어버리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익숙한 길에서 헤매는 일이 잦아졌다면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단순한 깜빡임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인지기능 저하를 단순 나이 탓으로 넘겨 이 시기를 방치하면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2024년 국제학술지 란셋 위원회는 난청과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 신체활동 부족, 시력 저하 등 14가지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전체 치매의 최대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소 독서나 외국어 학습, 악기 연주, 사회활동 등 뇌를 꾸준히 자극하는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 혈류를 늘리고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 관리도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동시에 코골이를 동반한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처럼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치매 예방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 사회활동 유지, 혈관 위험인자 및 청력 관리 등 건강한 생활습관에서 시작된다”며 “60세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치매안심센터나 신경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