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하우스에 원격 개폐·관수…농협이 낮춘 중소농 스마트팜 문턱 [현장]
입력 2026.09.12 06:00
수정 2026.09.12 06:00
기존 하우스에 개폐·관수 장비 설치
농협 75% 지원…농가는 25% 부담
원격제어로 이동·노동시간까지 절감
임종한 오이농가 대표가 스마트팜 제어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농협중앙회가 기존 하우스에 원격 개폐·관수 등 필요한 기능만 추가하는 보급형 스마트팜을 보급하며 중소·영세농의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있다.
하우스를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시설을 활용해 1000만~1500만원에 구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생산자조직을 대상으로 한 농협 자체 사업은 설치비의 75%를 지원해 농가가 부담하는 비용을 25%로 낮췄다.
오이농가 전경.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휴대전화로 하우스 열고 관수시간 설정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서 약 800~900평 규모의 오이 하우스를 운영하는 임종한 대표는 휴대전화로 개폐기와 관수시설을 관리한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온도를 확인하고 하우스 측창을 여닫거나 물을 주는 시간과 횟수를 설정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관수시설이 작동하고, 하우스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외부에서도 작물과 시설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임 대표는 기존에도 온도를 확인하고 개폐기를 조작하는 장치를 일부 사용했다. 농협의 보급형 스마트팜 사업에 참여하면서 관수시설과 카메라 등을 추가해 개폐와 물 공급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임 대표는 “예전에는 직접 하우스에 와서 물을 틀고 공급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 했다”며 “지금은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알아서 물이 들어가고, 다른 곳에 있을 때도 휴대전화로 하우스를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어 노동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집과 농장이 떨어진 임 대표에게 원격제어 기능은 이동 부담도 덜어줬다. 하우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하다가 농장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급형 스마트팜은 농가의 판단을 기계로 대체하기보다 현장 상황에 맞는 조치를 원격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 대표는 비가 오거나 온도가 바뀔 때 알림과 카메라를 통해 하우스 상태를 확인한 뒤 개폐 정도를 조절한다. 농가의 재배 경험은 유지하면서 현장을 반복해서 찾아야 하는 수고를 줄이는 구조다.
임 대표는 “비가 온다고 개폐기를 모두 닫으면 더운 날에는 하우스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갈 수 있다”며 “오이는 온도 변화에 따른 생리장해가 많아 일교차가 큰 봄철에 원격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기능이 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도와 물 관리가 늦어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이 줄어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호동(왼쪽) 농협중앙회장이 13일 경북 고령군에 위치한 농협 보급형 스마트팜 딸기 농가를 방문해 딸기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농가당 1000만~1500만원…필요한 기능만 선택
농협 보급형 스마트팜은 기존 시설이나 노지에 농가가 선호하는 최소한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농협형 스마트팜 모델이다. 복잡한 기능을 줄이고 실제 영농에 필요한 설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도입비와 학습 부담을 함께 낮췄다.
모델은 환경제어형·양액제어형·관수제어형·복합환경제어형 등 4종이다. 환경제어형은 센서를 통해 하우스 내외부 환경을 측정하고 개폐기 등을 조작한다. 양액제어형은 작물에 공급하는 영양분을, 관수제어형은 물 공급 시간과 횟수를 원격으로 제어한다. 복합환경제어형은 하나의 제어기로 환경과 양액·관수를 함께 관리한다.
하우스 4개 동을 기준으로 환경·양액·관수제어형은 농가당 약 1000만원, 복합환경제어형은 약 1500만원이 든다. 농협 생산자조직 대상 사업은 농협이 설치비의 75%를 지원하고 농가가 25%를 부담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를 추가로 지원하는 지역은 농가 부담이 더 낮아진다.
스마트팜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초기 비용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온실 5만5000ha 가운데 스마트팜으로 전환된 면적은 16%에 그쳤다. 같은 해 스마트농업 실태조사에서도 초기 투자비 부담을 애로사항으로 꼽은 비율이 52.3%로 가장 높았다.
농협의 보급형 스마트팜 지원 농가는 2023년 30농가에서 2024년 234농가, 지난해 977농가로 늘었다.
올해 목표는 정부 연계 사업 849농가와 농협 자체 사업 1600농가를 합한 2449농가다. 지난해보다 약 2.5배, 2023년과 비교하면 8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해 전체 사업비는 379억원이다.
농협중앙회는 시설 설치 이후에도 데이터 활용 교육과 현장 컨설팅, 사후관리를 지원한다. 향후 대파와 감자 등 노지작물과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대응 모델을 발굴하고, 농가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연계해 생산·출하 관리에 활용할 계획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보급형 스마트팜은 농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돈 버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열쇠”라며 “농가 부담을 줄이는 보급형 스마트팜 확대를 통해 한국형 미래농업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