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공식, 정해진 건 없어" 크래프톤, '미지의 영역'에서 미래 본다
입력 2026.09.09 17:42
수정 2026.09.09 17:50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김창한 대표 WSJ 인터뷰
언더그라운드 아이디어 적극 발굴…AI까지 장기 투자
IP 확장·피지컬 AI로 성장 영역 넓힌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김창한 대표는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홈페이지에 공개된 콘텐츠를 통해 크래프톤의 중장기 전략과 새로운 기업 슬로건 'Pioneer the Undiscovered'의 뜻을 설명했다.ⓒCustom Content from WSJ
배틀로얄이라는 비주류 장르를 세계적 장르로 끌어올린 크래프톤이 다음 성장동력을 찾는다.
쉬운 성공 공식을 답습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배틀그라운드'를 복제하는 대신 아직 주류가 되지 않은 아이디어와 기술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겠다는 방침이다.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더라도 창작자가 충분히 실험할 시간을 주고, 가능성이 확인되면 자본과 기술·퍼블리싱 역량을 집중해 장기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전략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김창한 대표는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장기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올해 크래프톤이 내건 새 비전 'Pioneer the Undiscovered(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라)'를 중심으로 PUBG: 배틀그라운드의 탄생과 재성장, 인수합병(M&A), 인공지능(AI)까지 회사가 바라보는 '다음'의 기준을 설명했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을 보면서 '게임 회사가 왜 저런 일을 하지?' 혹은 '크래프톤이 이런 게임을 출시했다고?'라고 생각한다면 크래프톤이 어떤 회사인지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숙한 영역에서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보다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정체성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철학의 출발점에는 배틀그라운드가 있다. 김 대표는 배틀로얄이 구상되던 당시를 힙합이 브롱크스 언더그라운드에서 태어난 과정에 빗댔다. 그는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실험은 사라지지만, 새로운 것 역시 그곳에서 시작된다"며 당시 주류가 아니었던 배틀로얄을 본격적인 게임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장 의장은 김 대표가 지스타 기간 부산의 한 카페에서 배틀로얄 게임 구상을 설명했던 순간도 떠올렸다. 게임 구조와 손익분기 가능성을 한 시간가량 설명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이 아이디어에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된 사람의 눈빛"이었다고 했다. 이후 아이디어 검증과 개발 경험을 결합한 결과가 배틀그라운드로 이어졌다.
다만 한 번의 성공이 곧바로 장기적 프랜차이즈 성공까지 보장하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 역시 정체기를 거쳤고 4~5년에 걸쳐 기반을 다시 다진 뒤 성장세를 회복했다"고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성공한 IP를 장기간 확장하는 조직 역량인 'Scale-up the Creative'가 서로 다른 능력이라는 점을 배웠다는 설명이다.
이제 크래프톤은 이용자와 함께 아이디어를 검증하며 의미 있는 신호를 면밀히 살핀다. 이후 가능성이 확인된 작품에는 기술과 퍼블리싱, 자본, 글로벌 시장 전문성을 투입한다.
회사가 퍼블리싱하는 '서브노티카 2'가 대표 사례다. 서브노티카 2는 얼리 액세스 출시 22일 만에 판매량 500만 장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향후 서브노티카 IP가 새로운 이용자층을 발굴할 수 있다는 신호로 평가했다. 차기 주요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킬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크래프톤은 각종 창의적인 요소를 동원해 게임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회사 렐루게임즈의 AI 게임들이 유명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언커버 더 스모킹 건' AI가 동료를 흉내내고 아군을 공격하는 '미메시스' 등이 대표 타이틀이다. 특히 미메시스는 최근 200만장 판매를 돌파하면서, 크래프톤이 개척하는 '미지의 영역'이 충분한 시장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남은 과제는 중장기 사업 경쟁력이다.
크래프톤은 게임 IP의 확장성에 집중하고 있다. 장 의장은 일본 애니메이션·광고 기업 ADK와 숏폼 드라마 사업을 하는 스푼랩스를 언급하며 "이용자가 게임과 애니메이션, 영화 등 여러 형식을 오가는 만큼 IP 역시 다양한 콘텐츠와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 투자 중인 AI 사업은 그보다 더 먼 미래를 겨냥한다. 김 대표는 게임이 인간의 행동과 그 결과가 연결된 방대한 상호작용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가상 세계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던 지능형 캐릭터가 장기적으로 실제 로봇과 연결되는 등 게임 개발 경험이 피지컬 AI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담대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프랜차이즈 IP를 만들고, 팬들이 소통하고 시간을 보내는 문화로 확장해 나간다는 크래프톤의 장기적인 방향과도 맥을 같이 하는 철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