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살았으면 다음 사람에게”…장기전세 갈등에 서울시 ‘원칙 고수’
입력 2026.09.08 15:56
수정 2026.09.08 15:57
서울시 “퇴거 원칙 예외 없다”…내년 310가구부터 만기 도래
2031년까지 9361가구 퇴거…“연장보다 공급 확대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다리 희망토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좋게 말해서 좀 더 살고 싶다는 것이지 비판적으로 보면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본인들은 들어올 때 (최장 거주기간이) 20년인지 몰랐다는 주장을 하는 분도 계십니다.”(오세훈 서울시장)
20년 만기를 앞둔 일부 입주민들이 계약기간 연장이나 계속 거주를 요구하면서 퇴거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이 영구 거주를 위한 제도가 아닌 서민 자산 형성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8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 사다리 희망 토크’ 행사에서 “(최장 20년 임대 후 퇴거 원칙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며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 많고, 그분들도 똑같이 기회를 드려야 하는 서울시민”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는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한 후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자산을 형성한 입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제도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열렸다. 또 일부 입주민이 지난 5월 단체를 구성해 서울시에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만기 시 퇴거 원칙을 재차 강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장기전세주택은 내년 하반기부터 차례로 최장 임대 기간인 20년이 만기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공급된 송파구 송파파인타운 10단지(94가구)와 11단지(124가구), 강서구 마곡수명산파크2단지(263가구) 등 2007년 최초 공급분이 내년 8월부터 임대기간 20년이 도래한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임대 의무기간 만료 전 퇴거한 가구를 제외하면 내년에만 310가구가 퇴거 예정이다.
이후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 4170가구로 매년 늘어난다. 2008년 은평뉴타운 입주 등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며 장기전세임대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는 입주민이 퇴거한 후 해당 주택을 미리내집과 장기전세 등으로 재공급할 예정이다. 이에 현 세입자의 임대 기간을 더 연장해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산 축적에 성공하라는 제도의 취지를 담아 20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했다”며 “20년이 다 돼 가는데 미처 준비가 안 됐다고 퇴거를 거부하겠다는 분들에게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관련 통계도 공개했다.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년 만기 거주자의 퇴거에 73.9%가 찬성했다. 현행 최장 거주기간 20년에 대해서도 ‘현재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53.2%로 과반을 차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다리 희망토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행사에는 장기전세주택에서 거주한 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퇴거자들이 참석해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장기전세주택에서 12년간 거주한 뒤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장기전세주택에 거주하며 자산을 모아 3기 신도시 주택에 당첨됐다고 설명했다.
장기전세주택 퇴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년 만기 연장은 장기전세주택을 기다리는 대기 인원을 고려하면 서울시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보편형 임대주택 등 새로운 형태의 정책을 도입하기 전 장기전세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려는 서울시의 노력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이날 참석자들은 재계약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소득이 증가하거나 자산이 늘어난 경우 곧바로 퇴거 대상이 되는 점, 가족 구성 변화에도 같은 평형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점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자산 축적 과정이나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보완할지 서울시가 좀 더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