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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70개 농가부터 소비자 배송까지…하림이 만든 ‘초신선 동선’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9.04 07:00
수정 2026.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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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라면·즉석밥·만두까지

원료·생산·물류 시스템 한곳에

국가식품클러스터 2000억 투자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 '속도전'

하림 전북 익산공장 입구.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신선하지 못하면 들어올 수 없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나갈 수 없다"


전북 익산 하림산업 생산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이 같은 문구가 방문객을 맞았다. 신선도와 맛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하림의 식품 철학을 압축한 표현이다.


국내 대표 닭고기 기업인 하림은 이제 닭고기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그 전초기지가 바로 익산이다. 식품 제조부터 물류까지 한데 모아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지난 3일 하림은 하림산업의 '키친로드(라면·즉석밥 공정)'와 (주)하림의 '치킨로드(도계·육가공 공정)'를 관찰할 수 있는 팸 투어를 진행했다.


회사는 사람과 동물이 먹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이같은 '투어'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신뢰를 제고하려는 노력이자 자신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개관한 푸드로드 투어는 이날 기준 누적 방문객만 14만명에 달한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하림산업의 '퍼스트키친'이었다. 퍼스트키친은 하림이 원료 손질부터 가공을 먼저 마무리하면, 고객은 이를 각자의 주방에서 데워먹기만 하면 된다는 '1차 주방'을 의미한다.


약 3만6500평 규모로 조성된 퍼스트키친에서는 K3~K1 순서대로 라면, 즉석밥, 육수, 육가공품, 냉동식품, 가정간편식(HMR) 등의 제품이 생산된다.


구체적으로 K1에서는 육수와 육가공품, K2에선 즉석밥, K3에서는 유탕면과 건면 등 라면의 기본인 면이 제조 및 가공된다.


하림 관계자에 따르면 자사 즉석밥은 생산시설 라인 한 개당 1시간에 7200개, 라면은 같은 조건에서 1만8000개가 생산된다. 즉석밥 생산 라인은 2개, 라면 생산 라인은 현재 4개다.


전북 익산 소재의 하림 퍼스트키친 생산공장 입구.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곧이어 이동한 K2 공장에서는 즉석밥 생산이 한창이었다. 우선 깨진 쌀과 착색미를 걸러내고 완전미만 골라내는 작업이 선행된다.


또 공기 중 떠다니는 부유물 수 백만개를 이곳 생산 공정에서 100개 이하로 대폭 줄인다. 이는 즉석밥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쌀의 색과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K3 공장에서는 하림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만두가 생산되고 있었다. 만두 소에 사용되는 냉장육과 신선채소는 입고 후 12시간 내 전량 소진이 회사의 원칙이다.


냉장육은 도축 후 3일 이내 제품만을 사용하며 반죽에는 닭육수가 활용된다. 하림 관계자는 "하림 더미식 만두는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는 카테고리"라고 강조했다.


라면 맛의 핵심인 스프도 이곳에서 20시간 동안 우려낸 뒤 농축해 액상 형태로 만든다. 일반적인 분말스프와 달리 향미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이 같은 제조 방식으로 하림 더미식 라면의 스프 원가는 800~1500원 수준까지 올라 원가 부담이 과제로 꼽힌다.


완성된 제품들은 생산시설 중앙부에 위치한 풀필먼트 물류센터 'FBH'(Fulfillment By Harim)로 모인다. 하림이 소비자들 앞에서 강조하는 '초신선'의 근거는 이같은 '동선의 최소화'에 있다.


여러 유통 채널에서 제품들이 주문되면 하림이 설정한 최적의 조건에 맞게 상품 포장과 배송 준비가 이뤄진다. 실제 FBH 5층 포장준비실에서 내려온 박스는 4층 상온준비실과 3층 냉동준비실, 2층에서 포장을 거쳐 1층 출하장으로 이동한 뒤 소비자에게 즉각 배송된다.


하림이 자체 개발한 멀티 아이스 박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특히 냉장·냉동·상온 제품을 하나의 주문 단위로 묶어 출하할 수 있도록 스티로폼 박스 내부를 분리한 자체 '멀티 박스' 포장 모형을 개발한 것도 특징이다.


하림 관계자는 "식품은 외부 노출 빈도가 많을 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며 "불필요한 외부 상하차 과정을 생략해 내부에서 모두 전달되도록 동선을 최소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킨로드'서 닭고기 자부심 증명


퍼스트키친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떨어진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는 닭고기 손질 공정을 전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동물복지 사육환경을 통해 들어온 닭을 가스를 사용해 잠재우는 '가스스터닝' 공정과 방혈, 탈모 공정 이후, 사후경직 된 닭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스티뮬레이션' 과정을 거쳐 찬 바람으로 온도를 낮추는 '에어칠링(Air chilling)'을 통해 맛과 품질을 유지한다.


​현장 관계자는 "전기 충격과 달리 가스스터닝은 혈관 손상이 적어 방혈에 용이하고 외관도 깨끗하게 유지된다"며 "사후경직 된 닭에 대한 스티뮬레이션은 근육을 마사지 하는 공정으로 육질을 부드럽게 하며, 에어칠링은 개체 간 교차오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손질된 닭은 곧바로 '용가리' 등 냉동제품으로 가공되거나 퍼스트키친으로 옮겨져 하루 안에 원료로 사용된다.


주변에 인접한 계약사육 농가 470여곳과 원료 생산 및 가공 사이의 시간을 축소한 구조가 하림의 신선도 경쟁력으로 이어진 점이 도계·가공·배송을 하루 만에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전북 익산 하림 닭고기처리센터에서 하림 직원이 닭 발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종합식품기업' 도약 시험대


하림은 전북 익산을 자사의 종합식품기업으로 체급을 대폭 확대시킬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현재 회사는 익산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1만6000평에 총 2000억원을 투입해 첨단 식품가공 공장을 짓고 있다.


하림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에서는 햄·소시지·베이컨 등 육가공 제품과 HMR, 패티, 반조리식품 등 B2B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림은 퍼스트키친,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왕궁면의 첨단 식품가공 공장 건립을 통해 하림푸드 공장을 잇는 삼각 편대를 통해 원료 생산부터 가공, 물류, 유통을 연결하는 식품 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단순한 생산시설의 확충이 아니다. 기존 닭고기 사업과 연계해 확장 중인 식품사업을 원재료 수급이 용이한 지역을 선점하고, 물류까지 한데 묶어 생산과 유통 과정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식품업계에서 물류비와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과 물류의 거리를 줄이는 것은 비용 경쟁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생산과 물류시설을 동시에 갖추는 것 만으로 기존의 거대 종합식품기업들과 곧장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해 실제 매출과 수익성으로 연결하느냐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닭고기라는 원재료 경쟁력을 기반으로 생산과 물류까지 확장·연결한 것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종합식품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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