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누구"…설탕부터 장류까지, 공정위 칼끝에 떠는 식품업계
입력 2026.09.03 07:00
수정 2026.09.03 07:01
간장·된장·고추장…가격·공급 과정 현장조사
정부, 민생물가 관리 강화 식품업계 압박감
"가격 결정권 위축…K-푸드 경쟁력도 우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요 장류 제품 판매 업체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에 이어 주요 식품 가격 담합 관련 조사는 올해에만 네 번째다.
추석을 앞두고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감시망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다음 타깃은 누구냐'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CJ제일제당과 대상, 샘표, 풀무원, 사조대림 등 5개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고추장과 된장, 쌈장, 간장 등 주요 장류 제품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업체 간 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 보기 위한 현장조사다. 현재 담합 여부는 확정된 바 없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나 기간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개별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서 설탕 제조사 3곳에 총 4083억원, 밀가루 제조사 7곳에 6710억원, 전분당 제조사 4곳에 7476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올해 들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
식품업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시는 먹거리 가격이 소비자 체감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특히 장류는 생활필수품인 데다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 변동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도 높은 품목이다.
이에 가격 담합을 적발해 시장 경쟁을 회복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게 공정위 조사의 취지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설탕 제조사들을 시작으로 식품 원재료 가격과 관련한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이어왔다. 5월에는 밀가루 제조사들을, 7월에는 전분당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조사 범위를 잇따라 확대했다. 이번 장류 업체들에 대한 조사까지 평균 2개월에 한 번 꼴로 현장조사에 나서는 셈이다.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다만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담합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식품 가격은 원재료와 포장재 가격을 비롯해 에너지비·인건비·물류비, 세금,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판촉비 등 다양한 비용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추장·된장·간장 등 주요 장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도 높은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고추장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6.8% 상승했다. 된장과 간장도 각각 10.6%, 8.9% 올랐다.
2분기에 들어서도 장류 가격 상승세는 이어졌다.
샘표식품의 진간장 금F3 평균 가격은 지난해 2분기 7589원에서 올해 2분기 8355원으로 10.1% 올랐고, 양조간장 501은 같은 기간 1만5408원에서 1만6877원으로 9.5% 상승했다.
장류 가격 급등 배경에는 세제와 원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비자가격 상승을 제조업체의 출고가격 인상이나 담합으로 단순히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격은 제조업체의 출고가격뿐 아니라 세금과 유통 과정, 판매처별 가격 정책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격 상승에 대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공정위 조사가 잇따르자 업계에서는 '다음 타깃'이 누가 될 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정 품목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담합 의혹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정상적인 가격 결정과 사업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다음 타깃은 어디냐'라는 불안한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며 "가격을 조정할 때도 혹시 우리 기업이 공정위의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반복적인 조사와 제재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기업들이 사업 판단을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잇따른 감시와 제재에 기업 역량이 쏠리면 신제품 개발과 투자까지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K-푸드 경쟁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