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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데이터 남겼다면 우수과제”…정부, R&D 평가 패러다임 바꾼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8.31 12:01
수정 2026.08.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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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무빙타겟’ 전면 도입

‘우수과제’ 선별 후속 연구 지원

국가R&D 행정제도개선안 수립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함. ⓒ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평가 기준을 ‘목표 달성 여부’에서 ‘도전성과 혁신성’ 중심으로 전환한다.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연구 과정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와 지식을 만들어냈다면 우수 연구로 인정하고 후속 연구와 정부 포상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맞춰 연구자가 연구 도중 목표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무빙타겟(Moving Target)’ 제도도 내년부터 전면 도입한다. 연구 시작 당시 세운 목표에 연구자를 묶어두기보다 기술 변화에 맞춰 연구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 행정제도개선안’을 수립해 관계 부처에 통보했다.


이번 개선안은 온라인 창구와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수집한 349건의 연구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마련했다. 지난 26일 제8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했다.


정부는 올해 연구행정 제도개선 핵심 목표로 ▲도전적 연구 촉진을 위한 과제평가 패러다임 대전환 ▲연구비 집행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 ▲연구행정 효율성 강화 ▲국제공동연구 관리 체계화 등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과제평가 방식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 결과 중심 등급·점수제에 기반한 과제평가 방식을 폐지했다. 후속 조치로 오는 10월까지 혁신적 성과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새로운 평가에서는 우수과제를 선별해 혜택을 주는 방식이 강화한다.


학문·기술·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성과를 낸 과제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연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탁월한 데이터와 지식을 창출한 ‘우수도전 과제’ 역시 우수과제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협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연구 수행 과정이 불성실한 과제는 ‘부적절 과제’로 구분한다. 연구부정 등이 확인되면 연구비 환수와 참여 제한 등 제재를 가한다.


결과만으로 연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도전적인 연구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되, 연구 수행에 대한 책임은 더욱 엄격하게 묻겠다는 것이다.


연구목표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무빙타겟’도 핵심이다.


내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무빙타겟 제도는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환경에 대응해 연구자가 연구 진행 중 연구 목표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연구목표 변경 절차를 대폭 단축하고 승인 여부에 대한 범부처 지침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제시해 예측 가능성도 높일 계획이다. 연구자가 기술환경 변화에 맞춰 연구 방향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연구비 집행의 자율성도 확대된다.


장비 수급 지연으로 연구가 차질을 빚는 일을 막기 위해 연구시설·장비 도입 시기를 기존 ‘단계 종료일 2개월 전까지 완료’에서 ‘전체 과제 종료일 일정 기간 이전’으로 완화한다.


단계 종료 후 다음 단계 착수까지 절차가 지연되면 단계 종료 시점에 발생한 직접비 잔액을 자동 이월할 수 있도록 한다. 단계평가 결과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필수 인건비를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자율성 확대에 맞춰 책임성도 강화한다. 연구수당이 특정 연구자에게 과도하게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총액 상한과 배분 상한에 더해 ‘과제별 본인 인건비 계상액의 100% 이내’라는 개인별 상한 기준을 새롭게 도입한다.


연구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부처와 회계법인마다 달랐던 연구비 정산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해 범부처 표준 정산 가이드와 연구비 인정·불인정 사례집을 제작·배포한다.


1차 연도 또는 최종 연도의 협약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다음 연도 연차보고서 등에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연차보고서 작성 부담도 덜어준다.


국제공동연구 관리도 강화한다. 해외기관으로 송금되는 연구비의 사용실적 관리와 점검을 강화하고, 해외기관과 협약을 체결할 때 국내 연구기관의 지식재산권(IP) 등 성과에 대한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전 주기에 걸친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개선안을 토대로 9월부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등 관계 법령과 규정 개정에 신속하게 착수한다. 개선된 연구제도는 2027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대한민국 R&D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과감하고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율적 연구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행정제도 개선을 신속히 이행해 불필요한 관행을 과감히 혁파하고 현장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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