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났는데 2차 홍수 우려까지…실종자 가족 “헬기 한 번이라도 더”
입력 2026.08.30 15:01
수정 2026.08.30 15:01
“상류 위어댐은 수색서 누락…99시간째 정보 없어”
네팔·중국서 750명 사망·3044명 실종
실종 현장 인근 하천 유량 증가…추가 범람 경보
29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구 데비가트의 트리슐라강과 타디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마을이 돌발 홍수로 인해 진흙 탁류로 뒤덮여 있다. ⓒ뉴시스
네팔 대홍수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지 나흘이 지나면서 통상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도 훌쩍 넘겼다.
생환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는 데다 2차 홍수 우려까지 커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헬기를 한 번이라도 더 띄워달라”며 정부와 기업에 수색 확대를 호소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실종 직원 중 한 명인 김모 씨의 가족들은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서 취재진과 만나 “골든타임이 완전히 지났다”며 “헬기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떠서 생존해 있다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은 지난 29일 오전 11시45분께 임차 헬기에 4명이 탑승해 사고 현장 상공을 살핀 데 이어 낮 12시38분께 추가로 헬기를 띄워 수색 작업을 벌였다.
헬기 1대당 비행시간은 약 40∼50분이었으며, 사고 현장 상공에서는 20∼25분가량 육안 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씨 가족은 두 차례 헬기 수색이 댐 하류의 메인오피스(사무동) 주변에만 집중돼 상류에 있는 위어댐(Weir·물막이댐)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부터 진행된 헬기 수색의 항적 데이터와 촬영 영상·사진을 가족들에게 모두 공개해 달라고도 촉구했다.
김씨는 다른 한국인 실종자들이 머물렀던 사무동에서 약 10㎞ 떨어진 위어댐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해당 지점에 대한 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어댐에 대한 수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99시간째 어떤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과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만큼 누락되지 않도록 찾아봐 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홍수는 지난 26일 오전 8시37분께 중국과 맞닿은 네팔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했다.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무너지면서 대규모 토석류가 계곡과 하천을 휩쓴 것으로 분석된다.
홍수는 네팔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 수계를 따라 번지며 마을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 시설 등을 집어삼켰다.
29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 지역 바타르 마을에 위치한 군사기지에서 대홍루 실종자를 찾는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인명 피해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AFP통신이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30일 오전까지 네팔에서 734명이 숨지고 2498명이 연락 두절 상태다.
중국 재난 당국은 티베트 자치구 지룽현에서 16명이 숨지고 54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양국의 피해를 합치면 사망자는 750명, 실종자는 3044명에 달한다.
험준한 지형과 두꺼운 진흙, 끊어진 도로가 구조 작업을 가로막고 있다.
네팔 재난대응팀 구조대원 카완 코이랄라는 18시간 동안의 구조 작업을 마친 뒤 AFP통신에 “다리가 빠질 정도로 깊은 진흙에 고전했다”며 “사람들은 가족의 주검이라도 찾고 싶어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구조대 역시 홍수로 막힌 도로를 우회하느라 재난 발생 사흘째인 지난 28일에야 일부 피해 지역에 도착했다.
CCTV는 구조대원들이 대형 드론을 이용해 한 명씩 강을 건너거나 고무보트로 급류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악천후도 수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기상 당국은 30일까지 티베트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번개가 칠 것으로 예보했다.
네팔 총리실도 기상 여건으로 구조 작업이 “극도로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추가 홍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네팔 재난관리청은 이날 오전 라수와 지역 보테코시강의 유량이 다시 늘었다며 구조·구호 인력과 강변 주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보테코시강 상류에서는 홍수로 쓸려온 흙과 바위가 물길을 막아 자연댐과 호수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연댐이 무너지면 대규모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져 2차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보테코시강은 라수와에서 랑탕콜라와 합류한 뒤 트리슐리강으로 이어진다. 한국인 9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취수댐은 두 강의 합류 지점에서 약 275m 하류에 있다.
추가 범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인 실종 현장을 포함한 수색 지역의 안전과 접근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도 홍수로 밀려든 잔해가 강의 흐름을 막으면서 며칠 안에 추가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존 가능성을 좌우하는 시간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수색 여건은 오히려 악화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기다림도 길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