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이 원하는 건 '닥공'이 아니다
입력 2026.08.31 07:00
수정 2026.08.31 07:00
20억 신축 늘어도 실수요자는 ‘그림의 떡’
좋은 입지·새집으로 갈 길은 더 멀어져
실수요자 외면한 공급 만능론 보다 주거사다리 복원부터
서울 아파트 전경. ⓒ뉴시스
정부가 또 공급을 외친다.
8·13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23만가구+α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원하는 입지에 주택을 적기에 저렴하게 공급해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집이 부족한 것은 맞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의 새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집값 문제를 공급 부족 하나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렇게 지은 집을 누가 살 수 있느냐다.
서울에서는 이제 강북에서도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새 아파트가 20억원을 바라본다. 몇 년 전만 해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가격이 이제는 평균(16억원)에 가까워 졌다.
그런데 정부는 반대편에서 대출을 틀어막고 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원이다. 집값이 15억원을 넘으면 한도는 오히려 4억원으로 줄어든다.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단순 계산으로 자기 돈 16억원이 필요하다.
평범한 무주택 직장인이 월급만 모아 살 수 있을까.
대출을 무작정 풀자는 얘기가 아니다. 가계부채는 관리해야 하고 투기 수요도 막아야 한다. 다시 '빚내서 집 사라'는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투기를 막는 것과 실수요자의 이동 가능성까지 막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자기 명의의 집 한 채가 아니다.
작은 집에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외곽에서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구축에서 신축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희망이다. 처음에는 작은 집을 사고 자산을 쌓아 조금씩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동하는 것. 그것이 주거사다리다.
지금은 그 사다리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 좋은 입지에 아무리 많은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가가 20억원이고 필요한 현금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면 상당수 무주택자에게 그 집은 통계에만 존재하는 집일 뿐이다.
한쪽에서는 "원하는 곳에 집을 짓겠다"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 집으로 올라갈 길을 막는다.
그러면서 집이 부족하니 더 짓겠다고 한다.
이른바 '닥치고 공급'이다.
물론 공급은 필요하다. 정비사업도 빨라져야 하고 도심에 새집도 더 많이 들어서야 한다. 지금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몇 년 뒤 더 큰 문제가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은 주택정책의 목적이 아니다. 수단이다.
목적은 국민이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정부가 자랑해야 할 숫자는 '23만가구+α'가 아니다. 그 가운데 평범한 맞벌이 부부가 살 수 있는 집이 몇 가구인지다.
국민 토론회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그러나 정작 실수요자들이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그래서 나는 언제 저 집에 들어갈 수 있나."
집값은 뛰는데 대출은 막혔다. 새집을 짓는다는데 내 집이 될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 좋은 입지,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평범한 욕망마저 투기로 취급받는다면 주거사다리는 복원될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닥공'이 아니다.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