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시동 건 김민석號, 조국혁신당은 "신뢰부터"…범진보 합당 '삐걱'
입력 2026.08.27 07:00
수정 2026.08.27 08:01
'대통합추진단' 출범 후 범진보 합당론 재점화
민주당 "당장 합당보단 합리적 연대 방식 찾아야"
혁신당 "어떤 논의도 없어…양당 신뢰 회복 먼저"
총선 공천·정책 노선·이중당적 등 이견 봉합 과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범진보 진영의 연대·통합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지만, 핵심 대상인 조국혁신당과는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민주당은 '이기는 대통합'을 내걸고 혁신당을 비롯한 진보개혁 세력과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혁신당은 민주당이 사전 협의 없이 통합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연일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통합 방식은 물론 정치개혁, 정책 노선, 총선 공천을 둘러싼 이견까지 겹치면서 실제 합당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4일 박범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대표 직속 '대통합추진단'을 출범했다. 추진단에는 혁신당과의 연대를 담당하는 별도 분과를 비롯해 진보연대, 영입·확장 분과 등을 두고 있다. 개혁·진보 정당과의 연대뿐 아니라 중도·보수 세력까지 외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전날 진행된 대통합추진단 1차 회의에서 "대통합의 원칙은 이기는 대통합, 지속가능한 대통합"이라며 "우리 당의 내부 결속을 명확히 하면서도 외부의 다양한 세력과 진보개혁, 중도보수 모든 세력과 세력 간 혹은 개인의 영입을 동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세력과 선거·정치제도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실행 가능한 합의를 하고, 합의하면 실행하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혁신당과의 연대분과 위원장을 맡은 이해식 의원도 "혁신당과의 연대와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고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신장식 혁신당 대표의 자강론을 존중하면서도 '윈윈' 관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통합을 특정 정당을 흡수하기 위한 작업으로 규정하는 데 선을 긋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합추진단은 혁신당만을 겨냥한 기구가 아니라 범진보는 물론 중도보수까지 아우르는 외연 확장 차원의 조직"이라며 "특정 정당과의 합당을 전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당과 당장 통합이나 합당을 얘기하는 건 아니고 (추진단 등을 통해) 연대 경험들을 쌓아가다 보면 그 연장선에서 (합당을) 논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은 서로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당장 합당을 결론 내리기보다는 합리적인 연대 방식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혁신당의 반응은 냉랭하다. 혁신당은 민주당이 연대기구와 담당자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유감을 표했고, 양당 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대선 당시 진보개혁 5당과 광장시민연대가 참여한 원탁회의 선언문의 정치개혁 과제를 민주당이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란은 전날 오후 민주당과 혁신당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둘러싸고 다시 불거졌다. 혁신당은 김 대표가 비공개 면담에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혁신당과 합당을 고려하면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혁신당은 정치개혁 과제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은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신뢰 회복은 다시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고 반발했다.
신장식 대표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연대에 대해서는 언제나 넓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신뢰 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의 전격적인 합당 제안 이후 양당 지지자 사이에 감정적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신뢰 회복 조치가 우선 돼야 연대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은 개혁은 경쟁하고, 민생은 협력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있어서는 물 샐 틈 없이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김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흡수 합당'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적대적 M&A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라며 "솔직히 불쾌했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 인사까지 포괄하는 영입·확장 분과를 설치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의 55년 체제, 자민당처럼 1.5당 체제를 만들어서 나머지 야당들을 0.5로 보는 '잡탕연합'을 생각하는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민주당의 지향이 그렇다면 저희들은 잡탕연대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혁신당 관계자는 "당 대 당의 입장을 존중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의 합당이 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방향이지만, 현재 혁신당 내부에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신 대표가 언급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흡수합당이라고 언급한 것 등에 대해서 공식적인 사과나 의견 표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당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국회에서 입법 활동이나 정책적인 면에서 서로 합의하고 연대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신경전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2028년 총선에서 민주당 이언주·강득구 의원 지역구에 후보를 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신 대표 역시 이 의원과 강 의원을 겨냥해 "연대의 정신을 깼다. 선명한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지를 드리는 건 개혁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서의 의무"라고 주장하며 혁신당의 독자 출마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정책 노선에서도 간극이 드러난다. 조국 원장은 김 대표가 제기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구상을 두고 "민주당은 부자감세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민생과 중도층 확장을 내세우며 정책 외연을 넓히려는 상황에서 혁신당이 선명한 개혁 노선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중당적 정리 문제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신 대표는 "정치 공세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반발했다. 양당이 실제 합당 논의에 들어갈 경우 당원과 조직, 인사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혁신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내는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범진보 진영의 표 분산을 막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목적이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부에 차기 대권주자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국 원장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 원장이 향후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경우 범진보 진영에서 민주당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적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관계 설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합당 논의가 단순히 의석수를 합치는 문제만은 아니다"며 "차기 지방선거와 총선을 거치면서 범진보 진영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와도 연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