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LTV ‘조합원 분양가’ 적용…정비사업 이주 부담 덜까
종후자산 반영해 대출 여력 확대
단 최대 6억원 한도는 그대로 유지
고가 사업자 경우 효과 제한 전망
서울 시내 아파트.ⓒ뉴시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조합원 분양가를 반영하기로 하면서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이주비 대출의 최대 6억원 한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이미 대출 한도가 상한에 근접한 사업장에서는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이주비 대출을 심사할 때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중 큰 금액으로 담보가치를 산정한다.
종후자산평가액은 정비사업 이후 조합원이 받게 될 신축 주택의 가치를 반영한 금액으로, 이주비 대출 심사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 과정에서 산정되는 조합원 분양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종후자산평가액의 구체적 기준을 요구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조합원 분양가로 한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되면 조합원 분양가가 나오기 때문에 그것이 담보가액이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주비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심사 시 정비사업 종료 전 조합원의 토지·건물 가치인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담보가치를 산정한다.
사업 이후 높아질 자산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이주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조합원의 이주가 늦어지고, 철거와 착공까지 지연될 수 있어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주비 대출의 담보가치 산정 기준이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중 큰 금액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종후자산평가액이 더 높은 경우 이를 기준으로 LTV가 적용되면서 조합원들의 이주비 조달 여력도 커질 전망이다.
예컨대 LTV 40%를 적용할 경우 종전자산평가액이 5억원인 조합원은 기존에는 최대 2억원까지 이주비 대출이 가능했다. 새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가 9억원이라면 새 기준에 따른 대출 가능액은 최대 3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주비 대출의 최대 한도가 6억원으로 유지되는 데다 종전자산평가액와 조합원 분양가의 격차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담보가액 산정 기준이 확대되더라도 이미 대출 한도가 6억원에 도달했거나 두 자산 가액의 차이가 적으면 실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TV 40%를 적용할 경우 종전자산평가액이 8억5000만원이면 기존 대출 한도는 최대 3억4000만원이다. 조합원 분양가가 9억원이라면 대출 한도는 3억6000만원으로 20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또 종전자산평가액이 15억원인 경우에는 LTV 40%를 적용하면 이미 6억원에 도달한다.
이후 조합원 분양가가 18억원으로 높아져 새 기준에 따른 산정액이 7억2000만원이 되더라도 최대 6억원 한도에 막혀 실제 대출 가능액은 늘어나지 않게 된다.
결국 종전자산평가액이 상대적으로 낮고 조합원 분양가와의 격차가 큰 사업장은 수혜가 큰 반면 기존 자산가치가 높거나 두 금액의 차이가 작은 사업장은 체감 효과가 제한적인 구조인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조합원들이 상당 부분 빚을 내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인 만큼 종전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최대 6억원이라는 대출 한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필요한 자금을 얼마나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