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넘은 비만약, 특허 만료→춘추전국시대 예고 [진격의 K-비만약①]
2분기 릴리의 '마운자로' 매출 MSD 항암제 상회
비만약 특성상 '대사질환 전반' 개선 가능성 높아
경구형·장기형 등 제형 확대로 경쟁력 확보 매진
올해부터 비만약이 항암제를 밀어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의 자리를 차지했다. 높은 범용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성이 입증되면서 전세계 제약 바이오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비만약을 낙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넓은 시장 만큼이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비만약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은 비만 치료제였다. 코로나19 백신 이후 3년 동안 왕좌 자리를 지키던 항암제를 밀어내면서다. 비만약의 치료 기전은 당뇨 등 대사 질환까지 포괄한다. 비만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 인구 여덟 명 중 한 명이 해당될 만큼 잠재 수요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비만약이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계의 새로운 금맥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여기에 릴리와 양강 체제를 이루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성분 특허까지 만료되기 시작하면서 지각변동도 빨라지고 있다. 기존 강자들이 값싼 복제약과 개량신약에 맞서 방어전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릴리의 대사질환 치료제 '마운자로'의 매출은 약 13조6719억원(99억 달러)로 같은 기간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패밀리'의 분기 매출을 약 19.3% 앞섰다. 올해 들어 2개 분기 연속 앞서는 모습이다. 마운자로와 동일한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비만약 '젭바운드'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현재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릴리와 '위고비'의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가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의 비만약 모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성분을 활용한다. GLP-1 계열 비만약은 식사 후 분비되는 포만감 호르몬처럼 작동해 환자의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그런 만큼 부가적으로 혈당이 안정되는 등 대사질환 전반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차례로 혈당이 내려가면서 혈압이 개선되고 혈관 염증도 나아지는 방식이다. 치료의 작동 기전이 여러 질환에 걸쳐져 있는 만큼 환자를 폭넓게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물질 하나만 제대로 개발하면 수월하게 제품 라인업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시장 확대를 부추기는 또 다른 변수는 특허다. 올해부터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물질 특허가 인도, 캐나다 등에서 순차적으로 만료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에서는 이미 12종 이상의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복제약(제네릭)이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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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여 경로를 포함해 제형 확대가 발 빠르게 이뤄지는 배경이다. 가장 큰 변화는 경구용(알약) 비만약 출시다. 그간 비만약의 진입 장벽 중 하나는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직접 복부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 방식 때문에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월 미국 시장에 먹는 위고비를 출시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만 치료 목적의 알약을 출시한 것이다. 릴리도 지난 4월 곧장 먹는 비만약 '파운데요'를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 먹는 비만약의 총매출은 약 1조3100억원(9억500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출시 반년 만에 조 단위 시장을 형성하며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후발 주자들 사이에서는 환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맞는 기간을 늘리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 주 1회 투여를 넘어 월 1회 제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다. 지난해 9월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 멧세라를 약 14조원(100억 달러)에 인수했다.후발주자로서 비만약 시장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개발되고 있는 비만치료제는 193개가 넘어간다"며 경구용 및 초장기 작용 주사제와 같은 다양한 투여 경로를 통해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가에서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정하게 되면 정책 및 환급 체계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 시장은 향후 4~5년까지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사제를 넘어 경구제 형식의 비만약이 출시되고 새로운 기전을 가진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제품 차별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발 주자들의 비만약 개발 단계를 고려하면 신제품 출시 시기는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