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오디세이’ 암표 왜 단속 못하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23 07:00
수정 2026.08.23 07:00

ⓒ연합뉴스

지난 21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공개 17일 만에 관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1000만 영화인 ‘서울의 봄’은 개봉 18일 째에 600만 명을 넘어섰었다. 21일 오전 7시 현재 예매 관객수가 약 76만6000명일 정도로 흥행 열기가 아직도 뜨겁고 놀란 감독의 기존 1000만 영화인 '인터스텔라'와 동일한 흥행 추이가 나타나고 있어서 이 영화도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렇게 관객들이 폭발적으로 모이다보니 암표 문제가 불거졌다. 그전부터 놀란 감독의 영화는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특히 이번 ‘오디세이’는 세계 최초로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했다고 알려지면서 대형 아이맥스관 관람 수요가 일시에 몰렸다.


이밖에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스크린엑스(SCREENX·정면 스크린을 넘어 좌우 벽면까지 영상을 확장한 상영 방식)관에서 보는 게 좋다는 입소문이 번져서 스크린엑스관에도 관객이 몰렸다.


이렇게 특수관에 관객들이 몰리면서 터진 게 암표 사태다. 예를 들어 이달 7일에 19~25일자 관람권이 판매됐을 때는 CGV 앱에 접속자가 몰려 대기 순번이 9000번대까지 나오면서 11만 원 짜리 암표까지 등장했다. 요즘엔 중고 거래 플랫폼에 15만 원 이상의 암표도 나온다고 한다.


‘오디세이’ 등 특수관 암표 사태가 사회문제가 되자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영진위가 "최근 화제작 개봉 시 관객 선호도가 높은 특별관 좌석을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대량 선점한 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부정거래가 지속되며 일반 관객들의 피해와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별관 좌석의 암표 거래로 피해를 입었거나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한 부정거래 사례를 확인한 관객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제보를 받는 목적이 다소 황당하다. 처벌이 아니라 “입장권 부정거래(암표 매매) 실태를 파악하고 관객 피해 예방 및 공정한 영화 관람 환경 조성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관련 제보를 상시 접수한다”는 것이다.


많은 매체들이 영진위가 드디어 암표문제에 칼을 빼들었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결국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자료 수집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암표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이제부터 대응 방안 마련을 시작한다는 점이 정말 답답하다.


암표 규제는 문화예술과 스포츠계의 오랜 숙원이었고 이달 말에서야 마침내 ‘암표 3법’이라는 암표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온라인 암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서 단속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처벌 규정을 만들었는데 매크로를 사용한 암표만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암표를 적발해도 매크로 사용 여부를 증명하지 못하면 처벌을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피해자 입장에선 암표면 다 같은 암표지, 매크로를 사용한 암표만 피해를 안기고 매크로를 쓰지 않은 암표는 무해한 게 아니다. 처벌 규정을 마련하면서 왜 매크로 여부를 구분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 등이 매크로 여부를 따지지 말고 입장권을 웃돈 받고 파는 행위 일체를 처벌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었다.


그것이 반영돼 이번에 드디어 매크로와 상관없이 모든 온라인 암표를 처벌하는 법이 시행되는 것인데, 여기서 영화가 빠져버렸다. 일회적인 공연, 스포츠 경기와 달리 영화는 다양한 관람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암표로 피해를 보는 피해자 입장에선 다 같은 피해지 ‘영화니까 괜찮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애초에 매크로 여부를 구분했던 것도 황당하고, 지금 공연, 스포츠 경기표와 영화표를 구분하는 것도 황당한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선 암표는 다 같은 암표일 뿐이다. 규제 당국이 암표 규제에 왜 이렇게 조심스러워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영진위 입장을 보면 ‘특별관’, ‘매크로 프로그램’ 같은 단어가 등장해, 혹시 또 특별관 여부나 매크로 여부를 따져가면서 암표 규제안을 만들려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그렇게 복잡하게 따질 거 없이 그냥 웃돈 받고 표를 되파는 모든 행위를 처벌하면 된다. 이런 규제안은 단순한 게 좋은 법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