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은 공실, 하이엔드는 품귀"… 서울 오피스 양극화 속 초대형 '트로피에셋' 눈길
입력 2026.08.20 16:08
수정 2026.08.20 16:15
글로벌 탑티어 기업, 라지 플레이트
웰니스 갖춘 복합단지로 이전
올해 1분기 서울의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전분기보다 0.4%포인트(p) 내린 4.4%에 그쳤다.ⓒ이오타 서울 조감도
글로벌 탑티어 기업들이 노후화된 오피스를 떠나 최신 설비를 갖춘 신축 복합단지로 둥지를 틀고 있다.
단순한 대형 오피스를 넘어 상징성과 웰니스 시설을 두루 갖춘 '대형 복합 단지'로 수요가 쏠리고 있지만, 당장 이를 충족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서울 도심 오피스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 최첨단 인프라·웰니스 품은 대형 오피스 쏠림… 글로벌 주요 도시 공통 현상
20일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의 대형 오피스 공실률은 전분기보다 0.4%포인트(p) 내린 4.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소형 오피스 공실률은 0.7%포인트 상승한 9.4%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기업들의 대형 오피스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대형·초대형 자산은 저공실 기조를 이어간 반면, 중형 이하 오피스는 공실률이 오히려 상승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요구하는 오피스 조건은 단순한 규모나 입지를 넘어선다.
최고 경영자들은 '공간이 가져올 조직 생산성과 인재 리텐션 효과'에 주목한다.
파편화된 조직을 한 층에 모으는 라지 플레이트 구조, 출근 자체가 복지가 되는 프리미엄 리테일 및 웰니스 인프라가 사옥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알스퀘어와 사람인이 직장인 2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근무환경 인식' 설문결과에 따르면, '오피스 환경이 입사 여부를 결정할 핵심 요인인지' 묻는 말에 80.1%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해외에 비해 100% 오피스 출근을 선호하는 한국기업의 특성 상 대규모 복합단지 오피스의 필요성과 매력은 오히려 해외 기업에 비해 더 높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임원은 "미국 기업이 복합단지를 집에만 있으려는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기 위한 유인책으로 쓴다면, 매일 출근해야 하는 한국 직장인에게 복합단지는 하루 9~10시간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생존 인프라이자 직무 만족도의 핵심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호텔·리테일이 결합된 복합 앵커 오피스로 집결하고 있다.
여의도 파크원(더현대 서울·페어몬트 호텔 복합)에는 LG에너지솔루션, HMM 등이 흩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해 입주했다.
테헤란로 센터필드(조선팰리스 복합)에는 크래프톤을 포함한 혁신 IT 기업들이 둥지를 틀었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역시 2024년 프리미엄 인프라를 갖춘 삼성동 파르나스타워로 확장 이전하며 국내 비즈니스 확장의 거점으로 삼았다.
에이피알, 유니클로,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등 성장기업들이 자리잡은 롯데월드타워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빅테크 메타는 각각 23년과 22년 뉴욕의 전통적 오피스가였던 파크애비뉴와 미드타운을 떠나 서부 신흥 복합단지인 허드슨 야드로 사옥을 옮겼다.
일본 도쿄에서도 24년 골드만삭스가 롯폰기힐즈를 벗어나 토라노몬 힐즈로 이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익숙한 주소지를 떠나 최첨단 인프라와 웰니스 환경을 갖춘 신축 대형 복합단지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 도심 내에 하이엔드 인프라와 상징성을 두루 갖춘 트로피에셋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수의 랜드마크로만 수요가 쏠리며 노후 오피스와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이전 수요가 향후 등장할 차세대 초대형 오피스를 한발 앞서 확보하려는 선점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2030년 '트로피에셋' 오피스 공급 본격화… 우량 임차사 유치 전략 '차별화'
서울 도심 일대는 오는 2030년을 전후로 굵직한 프로젝트들의 준공이 잇따르며 초대형 오피스 공급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역 옛 힐튼 호텔과 서울로·메트로타워 일대 부지를 재개발하는 이오타 서울, 한화그룹이 주도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서초구 옛 정보사 부지를 개발하는 서리풀 복합 개발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개발 사업장들은 각기 다른 무기를 내세워 우량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약 34만㎡ 규모에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제회의장을 갖춘 컨벤션 시설, 호텔을 결합해 비즈니스·국제 행사의 중심 거점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서리풀 복합 개발 사업 역시 연면적 60만㎡ 규모로 오피스와 공연장, 박물관 등을 갖춘 '친환경 문화·업무 복합시설'로서 우량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오타 서울은 단순 임대를 넘어 입주 기업과 기술을 융합하는 맞춤형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사의 스마트 솔루션이나 제품 등을 건물 인프라에 직접 접목함으로써 오피스 공간 자체가 기업의 기술력을 선보이는 쇼케이스이자 핵심 전략 자산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오타 서울은 연면적 약 46만㎡ 규모로 대형 오피스 2개동과 6성급 호텔 1개동으로 구성되며 신규 브랜드 중심의 상업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오피스는 층당 최대 3798㎡ 규모다.
코어(엘리베이터·계단 등이 모인 건물 중심부)에서 외벽까지 사방 18m 구간에 기둥이 없어 회의실이나 협업 공간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
여러 층에 흩어져 있던 조직을 한 층에 모으거나 층과 층을 직접 연결할 수 있어 부서 간 이동과 대면 소통이 수월해지는 구조다.
아울러 전체 대지 면적의 40%를 시민을 위한 공개 녹지로 조성하고 에스컬레이터 등을 설치해 그간 서울역에서 남산공원으로 단절됐던 보행축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녹지 인프라와 쾌적한 보행 환경을 구축하면서 최근 오피스 시장의 핵심 화두인 '웰니스' 수요에 정확히 부응한다는 평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축설계사들이 참여한 점도 상징성을 더한다.
힐튼 부지의 오피스 및 호텔 설계는 미국 쿠퍼티노의 '애플파크'를 디자인한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가 맡았다.
인접한 서울로·메트로타워 부지의 오피스 재개발은 세계적 건축설계사 'SOM'이 담당한다.
입지적 잠재력도 높게 평가받는다.
서울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B 노선 등이 잇따라 연결되는 핵심 교통 결절지로 거듭나고 있어 향후 기존 도심의 중심축을 확장하고 상권을 재편할 파급력을 지녔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형 오피스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상징성 있는 신축 대형 자산에 수요가 몰리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지 플레이트 설계와 친환경·프리미엄 인프라를 결합한 하이엔드 복합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탑티어 기업들의 이전 수요를 흡수하고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