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99.3% "탄소데이터 요구받아"…관리는 제각각
입력 2026.08.20 09:09
수정 2026.08.20 09:09
ERP 자체 구축 66.3%, 엑셀·수기 관리도 42.4%
표준 플랫폼 필요성 커졌지만 비용·인력 부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대한상공회의소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해외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고 최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까지 확정되면서 수출기업의 탄소데이터 관리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표준화된 플랫폼 없이 자체 시스템이나 엑셀·수기 방식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어 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산업단지 탄소배출 관리(MRV) 플랫폼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99.3%가 고객사(바이어)로부터 탄소배출 데이터 제출을 이미 요청받았거나 향후 요청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 90.3%는 협력사에 탄소데이터를 요구하고 있거나 요구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의 탄소데이터 관리 역량은 글로벌 규제와 고객사의 요구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데이터 관리 방식을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66.3%가 ‘ERP 등 사내 시스템’을 자체 구축해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별로 관리 기준과 서식이 달라 표준화된 데이터 교환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고객사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엑셀·수기 문서’를 활용한다는 기업이 42.4%, ‘고객사 개별 서식’을 이용한다는 기업도 38.8%에 달했다. 자체 시스템에서 관리한 데이터를 고객사별 양식에 맞춰 다시 입력하는 이중 작업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원활한 탄소데이터 교환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 ‘표준화된 서식·템플릿 지원’(64.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데이터 교환을 위한 협업 플랫폼 제공’(53.7%), ‘데이터 제공에 대한 인센티브’(44.0%), ‘데이터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32.0%), ‘보안성을 갖춘 플랫폼 제공’(21.3%)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수출 규제와 고객사의 탄소데이터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표준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실제 도입에는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도입·활용의 애로사항을 최대 3개까지 묻는 질문에 ‘시스템 구축 및 연계 비용 부담’이 64.0%로 가장 많았고, ‘전담 인력 및 시간 부족’이 62.7%로 뒤를 이었다.
향후 3년간 탄소데이터 관리에 필요한 비용도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됐다.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44.7%, ‘50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이 43.3%로 나타났다. ‘1000만원 미만’은 12.0%에 그쳤다.
플랫폼 활용을 위한 선결과제로는 ‘영업기밀 등 기업 데이터 보호’와 ‘국제표준·해외기준과의 상호 호환’이 각각 54.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해외 제출용 신뢰 증빙’(50.0%), ‘기업 간 상호 운용성 확보’(39.3%), ‘플랫폼 이용 편의성 제고’(35.0%) 순이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 6월 ‘산업단지 MRV 플랫폼’을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기업이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디지털제품여권(DPP) 등 글로벌 탄소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탄소배출량 측정(Measurement)부터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대한상의는 플랫폼 연계 수요를 확대하고 기업 지원에 참여하고 있다.
양 기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업들의 체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단계별 정책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도입단계) ▲ 계측기·센서 등 측정설비 설치 지원 확대 ▲ 플랫폼과 기존 내부시스템‧관리 양식 연계 비용 바우처를 지원, (활용단계) ▲LCA·배출계수 적용 등 탄소데이터 산정 컨설팅과 전담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 (확산단계) ▲ 저탄소 설비에 대한 금융지원, RE100·ESG 플랫폼 확대 등이 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 공시제도 법제화에 이어 글로벌 탄소규제로 이제 검증된 탄소데이터가 없으면 수출이 차질이 생기는 등 공급망 탄소데이터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된 현실”이라며 “기업들이 비용과 인력 걱정 없이 표준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의가 실무 교육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