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대 진입에도…美국채·유가 상승 속 한은 '고심'
입력 2026.08.19 15:17
수정 2026.08.19 15:27
환율 장중 1397.60원…전 거래일 대비 14.20원 ↓
연준 9월 금리 동결 기대·수출업체 네고 영향
유가 상승세 지속·美 30년물 금리 19년 만에 최고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약 10개월 반 만에 1300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 장기 국채금리와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국은행은 8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진 모습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30분께 전 거래일 종가(1411.80원)보다 14.20원 내린 1397.60원에 거래됐다.
환율이 장중 14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 2일(1399.50원) 이후 약 10개월 반 만이다.
이날 환율은 1413.30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매판매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의 9월 기준금리 동결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네고)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네고 물량이 상시 출회되면서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물가와 금융안정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유가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장보다 0.52%(0.44달러) 오른 배럴당 84.94달러, 브렌트유 10월물은 0.17%(0.15달러) 상승한 9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장기금리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18일 장중 5.31%를 넘어 2007년 6월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장기금리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은 한은의 추가 인상 부담을 낮추는 반면, 유가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은 국내 물가와 시장금리를 자극할 수 있어 서로 상반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약 3년 6개월 만에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지, 한 차례 동결하며 대내외 여건을 지켜볼지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부담이 커지면서 장기금리가 오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면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보다 외국인 자금과 해외투자, 수출업체 네고 등 주식시장 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주가 하락과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진 만큼 한은도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기보다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환율이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물가가 아직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율만으로 추가 인상을 보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한은 총재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속 인상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경제 여건보다 새 총재 취임 초기라는 특수성이 작용해 8월 금통위에서는 한 차례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