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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팬택·스카이 같은 기업 층층이"...코엑스 누빈 中 로봇의 힘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8.19 14:58
수정 2026.08.19 14:58

애지봇·푸두 등 中 로봇기업 코엑스서 존재감...휴머노이드부터 사족보행까지

"中 선전에선 PCBA 일주일에 네 번 수정"...촘촘한 공급망이 개발 주기 압축

韓 제조 경쟁력 갖췄지만 중견 생태계 약화...中 공급망 활용·IP 보호 과제로

애지봇 A3가 춤추는 모습. ⓒ임채현 기자

19일 서울 코엑스 B홀.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다른 로봇은 물건을 집어 옮겼다. 네 발로 걷는 사족보행 로봇은 판다 탈을 뒤집어쓴 채 행사장을 누볐다. 화면 속에서 질문에 답하던 인공지능(AI)이 '몸'을 얻고 현실 공간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날 개막한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6(AISE 2026)'에서는 중국 로봇기업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올해 처음 마련된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존에는 중국 애지봇(AGIBOT)과 푸두로보틱스(PUDU) 등이 자리 잡았다. 전체 행사에는 7개국 118개사가 300여개 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판다 탈을 뒤집어쓴 애지봇 D시리즈 로봇.ⓒ임채현 기자

애지봇은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선보였다. 휴머노이드 X2 Ultra는 관람객과 대화하고 물체를 집어 옮기거나 그룹 댄스를 하는 등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줬다. G2는 물품 픽업과 분류·박스 적재 등 제조·물류 현장의 작업을 겨냥한 모델이다. 행사장에서는 판다 탈을 뒤집어쓴 사족보행 로봇도 네 발로 움직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움직임 뒤에는 제조·물류 등 실제 산업 현장으로 로봇의 쓰임새를 넓히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G2는 VR 원격제어와 물품 픽업·분류·박스 적재 등을 지원하며, 작업 데이터를 수집해 피지컬 AI 학습에도 활용할 수 있다. D1 Ultra는 강화학습 기반 자율보행과 균형 제어, 장애물 대응 기능을 갖춰 비정형 지형에서의 이동을 겨냥한다.


푸두 로보틱스의 AI 기반 자율주행 청소 로봇.ⓒ임채현 기자

푸두로보틱스는 보다 구체적인 상업 현장에 초점을 맞췄다. AI 비전과 라이다 등을 활용해 주변 환경과 오염 상태를 인식하고 자율주행하며 청소하는 로봇을 전시했다. 호텔과 오피스, 병원 등 상업·공공시설뿐 아니라 산업단지와 물류센터, 교통시설 등으로 활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로봇기업들이 이처럼 빠르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으로는 선전을 중심으로 구축된 촘촘한 하드웨어 공급망이 꼽혔다.


이날 열린 '중국 피지컬 AI 스타트업의 현장과 혁신 기술' 세션에서는 중국 피지컬 AI 산업의 경쟁력과 한국 기업의 대응 방향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연사들은 선전에는 로봇에 필요한 각종 부품업체와 제조공장이 밀집해 있어 제품을 설계하고 제작한 뒤 시험·수정하는 과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니 첸 스파크스 피지컬 AI 벤처스 공동창업자 겸 매니징 파트너는 "인쇄회로기판 조립품(PCBA)의 경우 선전에서는 일주일에도 네 차례 제작·수정을 반복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이나 유럽에서는 같은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6(AISE 2026)' 현장. 김윤수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실행팀장, 토니 첸 스파크스 피지컬 AI 벤처스 공동창업자 겸 매니징 파트너, 이형민 테네셀 대표가 '중국 피지컬 AI 스타트업의 현장과 혁신 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임채현 기자

피지컬 AI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카메라와 센서, 모터, 감속기, 액추에이터, 배터리, 기판 등 수많은 하드웨어가 맞물려야 한다. 특히 제품 개발 초기에는 시제품을 실제로 구동한 뒤 문제점을 찾아 부품이나 설계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부품 조달부터 가공·조립까지 한 지역에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선전의 제조 생태계가 개발 주기를 단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첸 공동창업자는 이를 '압축된 학습 루프'로 표현하며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제품을 현실에서 시험하고 데이터를 확보한 뒤 다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로봇 경쟁력이 전시용 시제품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지봇은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5168대를 출하해 세계 시장의 약 39%를 차지했다. 옴디아는 애지봇을 지난해 범용 휴머노이드 출하량 기준 최대 업체로 평가했다.


이에 중국 공급망을 무조건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봇 개발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중국 생태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만큼 지식재산권(IP) 침해 우려가 있는 핵심 기술에는 명확한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업무를 여러 영역으로 쪼개 서로 다른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도 대응책으로 제시됐다.


현대차그룹 역시 로봇과 AI 분야에서 외부 기술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김윤수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실행팀장은 기술기업 발굴과 투자 등 오픈이노베이션 현황을 소개하며, 로봇공학과 AI 분야에서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창업에 나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대형 기술기업 출신 인재들이 AI·로봇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제조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중견·스타트업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형민 테네셀 대표는 "선전에는 부품 공급부터 제조, 조립까지 피지컬 AI를 구성하는 각 레이어가 촘촘하게 형성돼 있다"며 "단순히 값싼 부품을 조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로봇을 빠르게 시험하고 개선할 수 있는 생태계 자체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제조 대기업과 생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중견·스타트업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과거 팬택, 스카이 등 여러 휴대전화 제조사와 부품업체가 경쟁하던 때와 달리 완성품과 부품 생태계의 층이 얇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의 시연이 이어진 가운데, 피지컬 AI 경쟁력을 뒷받침할 요소로 부품 공급망과 제조 인프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요성이 함께 거론됐다. 한국이 기존 제조업에서 축적한 역량을 로봇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중국의 공급망을 어떻게 활용하고 핵심 기술을 보호할 것인지도 향후 과제로 제시됐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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